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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vin Jan 21. 2016

내 오디오 이야기

사진처럼, 내 아이처럼


어떤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오래 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부터 IT업계에서 보고 겪은 이야기, 15년째 취미로 이어 온 사진과 사진기 이야기,

어느 것 하나 전문가나  전문 리뷰어처럼 깊고 해박한 지식은 없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오디오 이야기부터 시작해 봅니다.


컴퓨터 스피커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소리를  찾아보자며 시작했었던 일명 오디오질, 소리의 문외한인 저는 가장 먼저 스피커부터 고민하고, 엠프를 고르고, 그리고 나서야 음원 소스에 대한 수집과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사실은 아직도 Flac파일과 320k의 MP3 파일 구분을 못하고, Air Play, NAS 구축 등은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오디오를 조금씩 즐기면서 사진이라는 취미와 참 비슷한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기 자체의 매력에 빠지고, 정보의 홍수에서 더듬더듬 배워가다, 아주 천천히 나중에야 조금 이해하는 거죠. 저는 그렇게 명민하거나 체득력이 빠른 편은 아닌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가끔은 야근하는, 그리고 최근엔 주말에 잠시 시간 내어 글을 쓰기도 어려운 직장인이자 아이 아빠인 저에게 취미라는 것은  검색만으로 넘쳐나는 전문 정보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하게 엿보고 관심을 가진 덕에 지금에서 느낀 점을 한 줄로 써본다면,

"힘들이지 않아도, 잘하지 못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예요.


몇 년 전부터 오디오 업계는 Hi-Fi시대에서 Pc-fi의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최근 LP가 다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대중들의 Pc-fi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디지털 사운드에서 찾을 수 없는 다른 매력을 LP에서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30년 된 Inkel의 중고 CDP, 그보다 10년은 더 오래된 금성전자의 튜너 그리고 광케이블로 거실의 TV, 마지막으로 제 휴대폰도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듣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의 엠프는 여러 소스들을 붙잡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제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듯이요.


APT-X 코딩된 고음질 스트리밍 음원과 역시 디지털 녹음된 CD의 소리, 아날로그 튜너를 통해 나오는 사운드를 비교해 보기도 했지만, 저에게 그렇게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좀 더 좋은 소리를 구별하는 것도 쾌감이 있지만 아주 잠깐 이었습니다.

오히려  딸아이가 클래식이나 어린이 동요보다 Beach boys의 Surfin' USA, DaftPunk의 'Doin'it Right'나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에 더 몸을 맡기고 흔들어 대는 것에, 아내가 박화요비의 예전 1집 음반의 녹음된 목소리르 좋아하고, 저는 성시경 2집과 손지창 1집에 손이 자주 가는 것이 오디오 기기를 다루면서 얻게 된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엔 늦은 아침을 먹으며 이루마의 '골든 디스크'를 틀어놓고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보면 조그만 서랍장에 정리해둔 CD를 딸아이가 엉망으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원하는 곡을 선별하기 위한  작업처럼 보여 웃게 됩니다. 아마도 온 집안을 음악으로 채워주고 둥둥 거리는 이 기기들이 신기한  듯합니다.

다 벗고 오디오질 함지흔 (Ricoh GR)

 오랜 시간 고민했고, 저로서는 많은 비용을 투자한 JBL4312 e 스피커를 거실에 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가끔은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피커나 엠프를 바꾸고 했다면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저희 집 재정은 장기침체로 빠져 들었을 거예요.

 그 당시, 아는 분의 조언대로 어테뉴에이터로 중역과 고역대 출력 양을 조절해 보았습니다. 몇 번 하다 보니

제가 원하는 소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소리신호를 울려주는 단순한 기계도 작은 조절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브런치에 첫 글을 쓰는 행위도 저에게는 스피커의 어테뉴에이터 조정과 같은 일입니다. 다이얼을 돌리는

아주 작은 행위일지도 모르지만, 이로 인해 저라는 스피커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어떤 소리를 울릴 수 있을지 궁금하고, 설레입니다.

매력넘치는 아메리칸 사운드 JBL 4312e (Nikon D90)


 앞으로 제가 다뤄봤던  사진기 이야기도 쓸 계획이 있습니다만 잠깐 돌아보면, 대학시절 캐논의 eos5로 무리하게 처음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값비싼 장비를 무리해서 구해 경험했는데, 그 또한 큰 즐거움이긴 합니다.(지금도 써보고 싶은 사진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아마추어에겐 기기의 투자와 스펙의 증가가 꼭 그것에 비례하는 결과물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피사체와 함께 했을 때? 아니 촬영 시간을 하루,  한 시간이라도 더 길게 가져가고 호흡했을 때 아니면 같은 장소를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고 또 찾아갔을 때야 비로소,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글도 그러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꼭 잘하지 못하더라도, 아주 멋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내가 만들어 낸 것이라면, 천천히 해보기 시작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마음에 드는 글이 몇 문장이라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안은 채

 브런치에서의 첫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촬영 포즈 잡아보는 17개월 함지흔 (Nikon D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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