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대구에 살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 19로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친구들이 대구에 살고 있는 내가 걱정이 되어서 서울, 인천, 거제, 분당 등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던 친구들이 전화를 했다. "나는 괜찮아! "친구들의 걱정스러움에 괜찮다는 말로 대답했다. "너 어떻게 살아?" 나는 "그냥 살아" 나는 그냥 살고 있다. 그냥 살지 않으면 뭐 딱히 특별나게 할 것도 없다. 미국의 부자들처럼 섬 전체가 별장이어서 거기로 갈 수 도 없고, 몇백억씩 하는 호화로운 지하벙커에서 살 수 없으니 그냥 내 집에서 내 가족들과 그냥 살고 있다. 모든 배편과 비행 편이 막혀 전 재산을 정리해 안전한 나라로 피신을 갈 수 도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대구가, 우리 집이 제일 안전하다.
그냥 살아요
남편 가게 임대인이 남편의 임차료를 한 달 면제해주었다. "이번 달 임대료는 부치지 마쇼!"한 달 보름 동안 가게 수입이 0원이었던 남편에게 단비와 같은 연락이었다. 남편은 전화상으로 보이지도 않는 임대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전화기를 꼭 잡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 전화기를 떨어트려 이 모든 상황이 물거품이 될까 봐 불안해하듯 전화기를 두 손으로 꼭 잡고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전화기 속의 임대인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우리에게도 착한 임대인이 있었다. tv속에서만 보아 오던 착한 임대인이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걱정 속에서 살았다. 바닥을 드러낸 생활비, 매달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공과금과 대출금 등, 남편의 가게 임차료... 걱정 속에서 살아도 그냥 살아내니깐 하나둘 해결이 되어지는 것 같다. 착한 임대인의 배려로 이번 달 임차료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다. 4월 3일부터 대구시에서는 긴급 생계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우리 집이 자격이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신청을 하기로 했다. 긴급 생계자금을 받는다면 우리 집 생활비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 속에서 살아가도 그냥 살아 낼 수 만 있다면 문제는 결국에 해결된다. 커다란 문제가 나를 움직일 수 없게 붙잡고 있어도 그냥 살자 그냥 그냥 살아가다 보면 살아진다. 바닥까지 내려가 더 이상 내려갈 때가 없다면 이제는 올라갈 일만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냥 살아가자. 용수철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더 빨리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으니 그냥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