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로 하루 종일 집에 함께 있는 남편과 대화는 매번 잔잔한 호수처럼 시작해서 소용돌이치는 성난 파도처럼 끝이 난다. 남편과 나는 대화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대화를 하지 않는 시간은 예전과 다름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각자의 일거리를 찾아서 집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나름 바삐 움직인다. 남편 전화기 벨소리가 울렸다."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입니다. 동참해주세요" 구청 공무원의 전화였다.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아요! 예약한 회원만 하루 2~3명 정도 행동 매뉴얼대로 영업하겠습니다."남편은 2주 더 매장 문을 닫아 줄 것을 권고하는 구청 공무원의 말에 더 이상은 영업중지가 힘들다고 했다. 전화를 끈고 남편은 나에게 답답하고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아우~짜증 나!"답답함을 토해내듯 남편의 말들은 쌍욕들과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힘들지만 조금만 더 힘내 보자고 말을 했다. 남편은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시작으로 말의 끝에 끝을 물고 물어 결국에는 " 너는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라는 말로 끝이 났다. 남편과 처음 대화했던 내용들과는 전혀 다른 밑도 끝도 없는 아무 상관없는 대화의 결론이다.
잔잔한 호수와 같은 위로의 말이 소용돌이치는 성난 파도가 되어서 나에게 돌아왔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편과 나의 대화는 늘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이 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남편과 나의 대화의 거리두기 역시 필요하다. 대화의 거리두기를 실천할수록 나와 남편의 마음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버틸 수 있을 만큼만의 고통을 주신다는 신의 말을 믿어본다. 한계치에 도달한 남편과 나의 마음의 거리가 더 이상 멀어지지 않도록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왔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내일이라도 우리들 앞에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참고 버티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