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들 녀석의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온라인 강의로 1학년 1학기 교과서를 학교로 나와 받아가라는 전화였다."00 어머님 오전 11~12 사이에 학교로 오시면 되세요" 초등학생이 된 아들은 아직 한 번도 초등학교에 가보지 못했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1살 터울 누나에게 초등학교 교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선생님은 재미있어? 밥은 어떻게 먹어? 등 초등학교 생활에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있다. 다행히도 첫째도 둘째의 질문에 본인의 1학년 때의 경험을 곁들여 동생에게 슬기로운 초등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가만히 첫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금 허풍도 섞여 있는 듯하다. 그것을 알 길이 없는 둘째는 "누나 대단한데!"라고 감탄사를 날려준다. 귀엽다. 아이나 어른이나 약간의 허풍이 가미된 MSG정도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애교로 봐준다.
1살 터울 누나에게 듣는 슬기로운 초등생활
무조건 8시 10분까지 학교에 가야 해!
급식실에서 먹기 싫은 반찬은 코 막고 먹으면 아무 맛도 나지 않아서 잘 먹을 수 있어!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꼭 다녀와야 해! 공부하는 시간에 가면 선생님한테 혼나!
초등학교에서는 실내화라는 것을 신어 그거 꼭 신어야 해!
속상해서 울고 싶어도 눈물을 꾹 참아야 해 왜냐면 울면 부끄럽거든! 그래서 난 절대 학교에서 안 울어!
선생님 질문에 무조건 손을 들어! 그래야 선생님이 좋아하셔!
칭찬스트커 30개 받으면 쵸코 스틱 하나 받을 수 있어! 나는 5번은 받았어!
공부는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어 자기 취향이야!
잘하고 싶으면 잘하고 못하고 싶은 못해도 돼!
누나는 그림 그리기 상도 받았어! 너도 열심히 하면 받을 수 있어!
누나는 독서왕 상도 받았어! 너도 책을 좋아하니 이건 받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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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동생을 위한 슬기로운 초등생활에 대한 조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학습지 신청할 때 받은 뽀로로 책상을 펴 놓고 둘이 나란히 앉아 슬기로운 초등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을 보고 있으니 "엄마보다 낫네 "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첫째도 초등생활은 1년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 1년이라는 경험이 둘째가 궁금해하는 초등생활에 충분한 답이 되어 주고 있었다. "우와~! 누나 대단해"를 연속해서 내뱉는 둘째 아이의 말에 첫째는 신이 나서 동생이 물어보지 않는 친구 관계에서부터 학교 앞 문구점 이용법까지 설명해주고 있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잘한다! 잘한다!" 엉덩이를 두들겨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칭찬의 말과 행동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누나 덕에 둘째 초등생활은 걱정이 없을 듯하다. 새로 받은 새책을 새로 산 책가방에 넣어 어깨에 둘려 메고 누나랑 나란히 손잡고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먼저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