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갱년기

나의 갱년기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by 새나

부쩍 화가 많아진 요즘. 생각 회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말들.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잠시뿐. 미간의 주름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예쁘고. 상냥하게 말해달라는 아이들의 말에 자기감정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질책도 해보기도 하고,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마음의 평화. 이너 피스를 외쳐 보기도 했다.


시어른들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하려고 애쓰고, 말 하나하나에 신중을 가미해서 이야기를 했던 나였는데... 요즘은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싫은 내색 대신 웃는 표정으로 대신했던 내가 이제는 얼굴에서 그대로 '싫어요'라고 쓰여 있다.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이 나의 감정에 따라 그대로 밖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이미 늦었다. 말과 동시에 후회가 밀려오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말하고 후회하고.. 행동하고 후회하고...


갱년기

:성성 숙기에서 노년기로의 이행기이고 내분비 기능, 특히 난소 기능이 쇠퇴하고 차츰 월경불순, 무배란 등에서 폐경에 이르러 성기의 위축, 전식적 노화현상을 수반한다. 갱년기는 개인차가 있는데 대체로 45세에서 55세에 해당한다.


갑자기 몸에 열이 후끈 달아올랐다가 뒤돌아 서면 수면양말을 주섬주섬 찾아 신고 있는 행동들. 사십전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 사십에 접어들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들. 변화된 감정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내뱉고 싶은 대로 마구 입 밖으로 뱉어내는 말들. 혹시 내가 갱년기?


갱년기는 나에게는 머나먼 단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만 나이로 계산하면 아직 30대인데 갱년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부정하고 부인했다. 여자의 갱년기는 보통 45세부터 55세 사이에 제일 빈번히 나타난다고 한다.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이유 없이 짜증이 심해지면서 생리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갱년기 증상은 더 심하게 나타 난다. 아직 내 나이가 우리나라 평균 여성이 겪는 갱년기 나이 때는 아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내가 갱년기 증상들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 때 겪은 사춘기는 나만 보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힘들고, 모든 것들을 부정했다면. 지금 혹시 나를 찾아왔을지 모르는 갱년기는 나보다 타인이 먼저이고, 타인에 의해서 내가 힘들어진 것 같고, 그동안 살아온 나의 시간들을 부정하고 있다. 비가 오려고 하면 손목이 시리고 무릎이 시큰 거리기도 하고, 햇살 쨍쨍한 날을 좋아하던 내가 우중충한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를 더 좋아하고 날씨를 핑계 삼아 그날은 한없이 센티해지기도 한다. 아주 유치한 시를 써보기도 하고 까마득한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이론상으로만 알고 있는 갱년기 증상들. 겪어 보지 않았기에 언제 어떻게 올지 몰라 더 두렵다. 이미 와 버렸을지도... 그냥 무덤덤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유모를 감정 회로의 오류들과 처음 겪어보는 신체변화가 신호를 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그냥 모른 체 할 수는 없다. 인생은 불안의 연속이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수없이 쏟아진다고는 하지만 매번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 낼 수가 없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장기하는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때 당시에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지나고 보면 그 당시에 느꼈던 것만큼 큰일은 아니었다.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던 것" 나의 갱년기도 지금은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만큼 큰일은 아닌 누구나 겪는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하길.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