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추억

by 새나

아이들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매년 아이들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트리를 장식한다.

"엄마 우리 반 친구 중에 8년 동안 한 번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본 적이 없대! 그게 가능해?"

"... 가능하지! 엄마도 어릴 적에 한 번도 트리를 장식해 본 적이 없는데!"

아이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이 둘째 아이반 친구나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나의 부모님은 매일 먹고사는 일에 바쁘게 움직이셨다. 엄마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타 지역이라도 몇 날 며칠 일을 하러 갈 정도로 먹고사는 것을 중요시 생각했고, 아빠는 유유자적 풍유를 즐기는 것을 중요시 생각했다. 돈을 벌어 모으는 것에 집중하는 엄마의 노동에 비해 아빠의 노동은 돈을 벌어 쓰는 것이었다. 두 분의 돈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에 자주 높은 언성이 오가기도 했고, 날카로운 말들이 건넌방에 있는 어린 우리들 귀에도 들리는 날이 자잤다.


교회의 지붕 위에 반짝이는 트리 장식이 유리창문 너머로 어린 우리들 눈에 들어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형형색색의 불빛에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안방에서는 또다시 부모님의 날카로운 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중매로 만난 엄마 아빠는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하고 만난 지 일주일도 안돼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한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서툰 부모의 자리가 위태로워 보였다.


동생과 외투를 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부모님의 뾰족한 말들이 그대로 나의 마음에 내리 꽂히는 것 같아 괴로 뒀다. 불편하고 괴로운 그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동생과 나는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듯 반짝이는 트리 장식을 가까이 보기 위해 교회로 향했다. 낮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 버려 길이 미끄러웠다. 조심히 걷는다고 걸었는데 두어 번 넘어졌다. 교회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 반 친구도 있었고, 옆집 아주머니도 계셨다.


옆집 아주머니께서 동생과 나에게 빨간 양말 주머니를 나눠 주셨다. "엄마한테는 말하고 왔지?" ".... 네" 그냥 네라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오늘 이곳 교회에서 재미있는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었다. 교회 마당 곳곳에 꾸며져 있는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꼬마전구로 만들어진 루돌프와 산타 불빛,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솜으로 덮어 있는 나무 가지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선물 꾸러미들, 처음 와본 크리스마스 교회의 풍경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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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여주기도 했고, 나의 반 친구가 부르는 신나는 캐럴 합창도 들을 수 있었다. 날카로운 말들로 두려움에 가득했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빨간 모자 속에 든 번호표를 뽑아 선물을 나눠주는데 동생의 번호가 불려 금색 포장지에 녹색 리본으로 포장된 제법 크기가 큰 선물을 받았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교회 문 앞에서 나눠줬다. 모든 게 완벽했다. 오늘만큼만. 이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이 행복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추억 단면에는 두렵고 불안했던 부모님의 날카로운 음성도 함께 존재한다. 제일 즐겁고 행복했던 크리스마스 추억을 꺼내 볼 때면 항상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두려움과 행복한 감정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나의 크리스마스 추억. 그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고 두려웠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만큼의 큰 사건은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 반면에 처음 본 교회의 크리스마스 풍광에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 그날의 감정은 마흔이 넘어도 여전히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으로 다가와 미소를 머금게 한다.


불안했던 추억은 별일 아닌 일이 되어 버리고, 행복했던 추억은 여전히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