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2달 달력 숫자 뒤에 나의 간절했던 소망이. 타인의 소음에 휘청이던 내 모습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천둥 같은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말랑말랑 위로가 내 어깨 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베베꼬여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의 답도 우연한 기회에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쉽게 풀릴 것 같은 문제가 1미리의 차이로 계속 어긋나기도 했다. 감당할 수 없는 파열음을 내는 감정들 앞에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나의 하루를 무의미한 시간 속에 던져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기 위해 인내의 뿌리를 부여잡고, 힘겨운 나날들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애쓰고. 또 애썼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 달력이 내미는 의미는 나의 삶 그 자체이다. 울고, 웃고, 괴롭고, 두렵고, 힘이 들고, 힘이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온 나의 삶이다. 2020년 한 장의 달력만이 남아 있다. 1월부터 11월은 채우기 위해 애썼다면 12월은 비워내기 위해 애쓰는 달이다. 충분히 비워내야 2021년 1월 새로운 것을 담아낼 수 있기에 나는 비우기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