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그동안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에 주목하게 되는 것. 잘 쓴 글이든. 못쓴 글이든 꾸준히 내가 글쓰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지나쳤던 나와 마주하게 되는 시간들이 나를 조금씩 성장할 수 있게 덤덤히 밀어주기도 하고, 미래가 두려운 나에게 잠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일 년 동안 글을 쓰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습관이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나의 일상을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곱씹어 생각하고, 단순했던 말과 행동은 확장되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나를 괴롭히기 일쑤였다.
"그럴 수 있어! 마음이 아픈 사람이야! 살아온 환경이 달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야!"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연습을 했다. 불편했던 일들을 글로 쓰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말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신경이 쓰여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도 않고, 해결방법을 생각해 내느냐 불필요한 생각들까지 끄집어내지도 않았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감정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내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도 보게 된다. 백 프로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글로 천천히 쏟아 내다보면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요즘. 어린 시절 나의 이야기를 쓰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행동과 아픔들이 보이기도 했다. 현재 혼란스러웠던 일들이 어쩌면 과거 속의 아픔을 짊어진 나의 불안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큰 소리에 극도로 예민한 나. 젊은 부모님의 다투는 공포스러운 모습이 무의식 속에서 자리 잡고 있었다. 성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도 떨쳐내지 못하고 불안하고 무서웠던 그 순간이 큰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아이들 앞에서 큰소리를 내며 싸울 수밖에 없었던 젊은 나의 부모님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먹고살기 바빴던. 무일푼으로 시작했던 결혼생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지쳐있던 나의 젊은 부모님.
글을 쓰면서 글 속에서 조차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단단히 묶어 버린다. "나의 생각이 아니야! 나의 이야기가 아니야!"라고 부정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글로 치유할 수 없는 이야기. 언제는 한번 끄집어 내야 된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아니다. 밖으로 내 보내는 것보다 무겁지만 짊어지고 가는 것이 나의 마음이 더 편안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