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매일 바쁘셨다. 어린 우리들을 집에 덩그러니 놓아두고 일을 나가셨다. 잠에서 깬 동생이 목놓아 울고 있으면 4살 터울 언니가 달려와 달래고는 했다. 어머니의 손이 닿지 않았던 나와 동생은 헝클어진 머리에. 꼬질한 얼굴로 마당에 나가 놀기도 했고, 친구 집 대문 앞에서 서성이며 친구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길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진 먹다 남은 옥수수를 주워 먹기도 했다. 집에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진 과자나 음식들에 손이 갔다. 동생과 집 앞에 놓인 돌 처마에 앉아 돌멩이로 낙서를 하기도 하고, 대자로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다. 놀거리라고는 돌멩이로 만든 공기놀이와 비석 치기,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슥슥 그려 땅따먹기를 하기도 했다. 동네 아이들이 모이면 별것 아닌 놀이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놀이로 변하기도 했다. 동생과 단둘이 즐겼던 땅따먹기는 동네 아이들과 편을 갈라 거대한 원 속에 더 많은 땅을 가지고자 아이들은 용을 써댔다.
저녁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향한다. 다시 동생과 나만 단둘이 남게 되었다. 일터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오시는 경우가 많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딱히 할 것이 없는데도 우리는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던 공터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준비를 하다 주방 조그만 창문으로 보이는 놀이터에서 저녁 밥때가 되었는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아이를 보았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저 아이 부모님도 나의 젊은 부모님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살고 계신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배가 고프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집으로 불러 저녁밥을 먹이고 싶었다. 딸아이가 다가와 저녁밥을 재촉했다. "어! 내 친구인데!" 딸아이가 창문으로 보이는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같이 저녁 먹자고 할래?" 놀이터에 있던 아이를 데리고 딸아이가 왔다. 저녁밥상이 차려지고 아이들을 불려 밥을 먹였다. 조심스럽게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나의 예상대로 아이의 부모님은 일을 하고 계셨다. 혹시 걱정하실지도 모르니 친구 집에서 저녁 먹고 집으로 간다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라고 했다. 저녁을 먹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 놀이터에서 아는 엄마들을 만났다. 날씨가 좋아서 다들 놀이터로 나왔다. 그날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었던 아이도 있었다. 엄마들 입에서 그 아이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알고 있는 눈치였다. 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매일 친구 집에서 놀고 싶어 하는 아이.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 그 아이에 대한 엄마들의 걱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아이 부모님도. 나의 젊은 부모님도 먹고살려고 열심히 돈을 버는 것뿐인데. 자식들에게. 주위의 사람들에게 온갖 불만과 서운함을 들어야 했다. 마흔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보고 그제야 나의 젊은 부모님의 어쩔 수 없었던.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릴 적 나의 모습과 닮아 있던 그 아이의 마음도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과 손을 잡아야 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어렵다. 인생이라는 것이.
글쓰기 연습.
잊지 못할 추억에 대해서 글을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