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놀이

단독주택에서 맞이하는 첫겨울. 첫눈

by 새나

눈이 내렸다. '포드득'거리는 눈 밞는 소리가 들릴만큼의 눈은 아니었다. 바닥에 닿는 순간 눈은 녹아 사라져 버렸다. 지금 이 순간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눈이 온지도 모르겠다. 집에만 있는 아이들에게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눈놀이를 해주고 싶은데...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눈이 쌓여주기를 바랐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 깊어지니 내리는 눈의 양이 늘어났다. 바닥에 닿는 순간 녹아 버리던 눈이 살포시 쌓이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에 비추는 골목길 바닥이 하얀 눈으로 덮이고 있었다. 내일은 아이들과 눈놀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아이들만큼이나 나도 눈이 그리웠다.


해가 어둠을 걷고 나왔다. 거실 창문으로 눈이 내린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당 한편에 쌓여 있는 눈을 본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당장 밖으로 달려 나갈 채비를 했다. 눈사람을 만들겠다는 아이들. 눈싸움을 하자는 아이들.


아무도 밞지 않은 눈길에 발자국을 내며 걸어갔다. '뽀드득' 눈 밞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눈사람 만들기와 눈싸움을 할 만큼 충분한 눈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아쉬워하는 것은 나뿐인 듯했다. 바닥에 내려앉은 눈을 한 움큼 쥐어 동글한 눈덩이를 만들고자 했다. 그렌데 눈이 뭉쳐지지 않았다. 장갑을 낀 아이들 손에 그대로 뭉개져 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에 내린 눈들이 사라져 갔다. 눈이 녹기 전에 눈놀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뒷마당 앞마당에 있는 눈들을 빗자루로 쓸어 한 곳으로 모았다. 순식간에 눈이 녹아 버리는 것에 마음도. 손도 바빠졌다. 얼마 되지 않는 눈을 끌어모아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두꺼비집을 짓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꼽은 자기만의 성을 만들기도 했다. 충분한 눈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주어진 눈의 양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눈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른의 눈에는 한없이 부족해 보였던 눈의 양에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아이들의 눈에는 주어진 양의 눈만으로도 이것저것 눈놀이를 할 수 있음에 만족하고 있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니 부족하다기보다는 넘쳐 보였다. 마당 한편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눈사람을 만들 충분한 눈을 가지고 있다 한들 행복할 수 있을까? 더 많은 눈이 있었으면 눈썰매를 탈 수도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하지 않을까?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고 살고 있지 않은지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더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이사를 했더라면. 옥상이 있는 집이었더라면.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가지고 싶은 욕심을 부렸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아이들이 눈놀이를 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것이, 여름이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2층 테라스가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조금은 느린 시간을 살고 있다. 느리게 가는 시간은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 나를 다시 만나게 해 준다. 아이들이 신나게 눈놀이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조용히 나를 생각하고. 나의 부족함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인지를 배우며 살고 있다. 바쁘게 살았던 시간 속에서는 결코 알지 못했던 것들이다.


집은 비바람을 막아주고 나의 지친 몸을 쉬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지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온갖 불필요한 소음 속에 지쳐 있는 나의 마음을 조용히 위로해주는 곳. 나의 집. 단독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