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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Sep 12. 2021

나는 다시 프리랜서를 꿈꾼다

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

20대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호주에서 지낸 자유로웠던 일상을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 놓고 싶었다. 하루 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드니 포트스테판 모래사막에서 썰매를 타거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배를 타고 돌고래를 보러 가기도 하고 한적한 저녁시간에 바다낚시를 즐기기도 했다. '무위도식 안빈낙도'의 삶을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다. 어떻게 보면 게으르고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장자가 보여주는 자유와 행복의 조건 안빈낙도의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호주의 삶이 그랬다. 적게 벌었지만 행복했고. 수입이 많았던 한국의 삶보다 여유로웠다.


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 책에서 말해주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하지 않았다. 평균의 삶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겁게 나를 짓눌렸고, 먹고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했고, 나의 시간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하루 12시간이 넘게 일을 하고도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일 걱정에 살아야 했다. 책의 저자처럼 번역가의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번역 공부를 했다. 회사에 출근해 틈틈이 동화책 영어 원서를 보면서 번역사로서의 나의 삶을 꿈꾸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기에 번역을 하고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다. 가끔은 여행을 즐기기도 하면서. 호주에서 즐겼던 주머니에 넉넉한 돈은 없었지만 여유로웠던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나의 20대는 그렇게 지나갔다.


결혼과 육아로 나의 시간은 어느새 중년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나는 프리랜서를 꿈꾼다. 출간 작가의 꿈을 위해 글을 쓰고, 단단한 마음을 위해 책을 읽고, 소소한 수익을 위해 주식재테크를 하고 있다.


아무리 겸손이 미덕이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겸손만 고집하다간 제 몫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프리랜서로 살고 싶은 나에게 저자는 조금은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아야 된다고 말해준다. 겸손이 미덕이기는 하지만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말을 해야 한다. 나 되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려면 스스로 열심히 살고 추구하는 가치가 건강하고 이런 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 퀴즈에 출연했던 마인의 백미경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 자존감도 그렇고 자신감도 그렇고 타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 같지 않아요"

자존감도 자신감도 모두 '나' 스스로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신을 조금 더 치켜세워주는 것도 스스로를 아껴주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상대는 번역가 건 작가건 별로 신경 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브런치 작가로 많은 글을 쓰면서. 웹디자인 자격을 취득하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소소한 수익이 발생할 때쯤 사람들이 "요즘 뭐해요?"라고 묻을 때 당당히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책의 저자의 말처럼 딱히 뭐라고 말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소소한 수익들이 발생했지만 그렇다고 직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적은 수익들. 여러 가지 부캐를 가지고 있지만 본캐가 없다는 것이 매번 고민이었고, 여러 부캐 중에 하나는 본캐로 말해도 되지 않을 까? 고만 고한 한 것들로 키재기를 하고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나 자신을 조금 더 치켜세워주는 것. 당당히 글을 쓰고 있다고. "작가예요?"라고 물으면 "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타인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서운해도 인정했으면 좋겠다. 물론 서운한 건 깊이 공감한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기대하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는 지혜. 인간관계에서나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서도 필요하다. 목 아프게 높은 곳만 바라보지 말고, 편안한 시선으로 내 앞에 놓인 '나'와 시선을 맞추는 일부터 시작하다 보면 내가 꿈꾸는 프리랜서의 삶이 조금은 더 빨리 나에게 와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어 번역가와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꿈꾸던 삶을 이미 살고 있는 저자의 삶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 잘 해내고 있는 것들을 자각하면서 나도 한낮에 도심을 자유롭게 걷고, 오후 2시에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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