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영예와 이익에 얽매여 있는 까닭에 걸핏하면 '티끌 세상, 괴로움의 바다'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알지 못하니, 흰 구름과 푸른 산, 흐르는 시냇물과 우뚝 선 바위, 반가운 듯 활짝 핀 꽃과 웃는 듯 지저귀는 새, 그리고 대답하듯 메아리치는 계곡과 나무꾼의 흥얼거리는 노래 가락이 바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이다.
이 세상은 티끌 세상도 아니요, 괴로운 바다도 아니건만 사람들 스스로가 그렇게 느낄 따름이다.
-채근담 후집 122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주택으로 이사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주택으로의 이사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너무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주택 이사 후 첫 달은 아파트의 편리함이 그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파트의 편리함보다 주택의 편리함이 더 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오후 시간 테라스에 앉아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 아이들과 마당에 나가 줄넘기와 공놀이를 즐기수 있는 공간, 우리 집 대문에 살며시 앉아 있는 가을 손님 메뚜기, 작년 5월 심은 방울토마토 모종에서 얻는 수확의 기쁨, 이 모든 것이 주택에서 살아가면서 얻는 소소한 행복들이다.
A는 주택으로 이사를 가고 싶지만 집 값이 하락할까 옮기지 못한다고 했다. 층간소음과 아파트의 생활에 피로감을 느껴 주택으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쉽게 결정을 못한다고 한다. 나 역시 주택으로 이사를 선택했을 때 같은 고민이었다. 그때는 부동산 재테크 공부로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던 때라 더욱 집값 상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주거와 투자는 분리해서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바로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 주택의 가격의 변동폭은 미미하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의 변동폭은 하루아침에 몇백에서 몇억씩 달라지기도 한다. 그만큼 아파트 수요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집값의 상승과 하락은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한다. 입지, 교육, 교통, 일자리 등 여러 집값 상승의 요인도 있지만 사람의 심리 역시 집값 변동폭의 한 요인이다. A를 피로하게 만드는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 중 하나 심리 요인도 적용했다. 집은 마음 편히 살기 위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에게는 부의 추월차선처럼 이익을 위한 물건이 되어 버렸다.
주택을 살면서 집값 하락 걱정 때문에 행복한 일상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 이기는 하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이 다르니 A의 선택을 존중했다. 매번 나와의 만남에서 "주택생활 어때요? 만족해요?"라고 묻는 A이다. 나는 그때마다 "너무 만족해요, 다음에도 이사를 하게 되면 주택으로 이사를 갈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주거와 투자는 분리해서 생각하면 편해요"라는 말도 해주었다.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나의 삶에 대해 생각했고, 나의 삶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 우선인 것을 바라보니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내 삶에 우선인 것부터 그것부터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