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해 하염없이 망상에 빠지는 것은 이미 이룩한 일을 잘 지켜 지속해 나아가는 것만 못하다. 이미 지나간 잘못을 부질없이 후회하는 것은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잘못을 미리 대비하는 것만 못하다.
- 채근담
20대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호주에서 지낸 자유로웠던 일상을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 놓고 싶었다. 하루 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시드니 포트스테판 모래사막에서 썰매를 타거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배를 타고 돌고래를 보러 가기도 하고 한적한 저녁시간에 바다낚시를 즐기기도 했다. '무위도식 안빈낙도'의 삶을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다. 어떻게 보면 게으르고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장자가 보여주는 자유와 행복의 조건 안빈낙도의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 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삶이었다. 호주의 삶은 적게 벌었지만 행복했고. 수입이 많았던 한국의 삶보다 여유로웠다.
평균의 삶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겁게 나를 짓눌렸고, 먹고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했고, 나의 시간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하루 12시간이 넘게 일을 하고도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일 걱정에 살아야 했다. 프리랜서를 꿈꾸었다. 나의 시간을 갖기 위해 번역가의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번역 공부를 했다. 회사에 출근해 틈틈이 동화책 영어 원서를 보면서 번역가로서의 나의 삶을 꿈꾸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기에 번역을 하고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다. 가끔은 여행을 즐기기도 하면서. 호주에서 느꼈던 삶의 즐거움, 주머니에 넉넉한 돈은 없었지만 여유로웠던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나의 20대는 그렇게 지나갔다.
결혼과 육아로 나의 시간은 어느새 중년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나는 프리랜서를 꿈꾼다. 출간 작가의 꿈을 위해 글을 쓰고, 단단한 마음을 위해 책을 읽고, 소소한 수익을 위해 주식재테크를 하고 있다.
마인의 백미경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 자존감도 그렇고 자신감도 그렇고 타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 같지 않아요" 자존감도 자신감도 모두 '나' 스스로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상이 바라는 평균의 삶을 살아가야 옳은 삶이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내 삶은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오랫동안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해 후회보다는 한번 도전해 보는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