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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May 19. 2020

센서등이 직부등으로

주방에 전구가 깜빡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전구 두 개의 전원이 나가버렸다. 주방의 전등은 3 구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1구의 전구로도 그럭저럭 주방의 어둠을 밝혀 주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 하나의 전구마저 깜빡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불이 나가버릴 것 같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거실에 설치되어 있는 레일등에도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몇 개 있어서 이번에 불 꺼진 전구들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예전부터 현관의 센서등을 교체하고 싶기도 했기에 전구와 전등을 함께 보기 위해 조명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조명거리에 남편과 함께 가보았다. 집안의 모든 조명을 교체하고 싶을 만큼 예쁜 조명들이 너무 많았다.


금속느낌이 나는 핑크 골드 전등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적당한 세련됨에 이 조명으로 현관 센서등을 교체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남편은 기존의 센서등을 떼어내면 혹시 모를 얼룩이 보이거나 전구의 위치가 맞는지 여러 번 확인을 하고 구매를 해야 한다고 신중히 결정하자고 했다. 나는 이미 금속 핑크 골드 전등에 꽂혀 있었기에 남편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남편을 설득해 내가 원한 전등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해가 지기 전에 전등 교체와 전구 교체 작업을 하기로 했다. 먼저 현관 센서등 교체부터 시작했다. 현관에 있는 기존의 센서등을 떼어 내고 보니 남편 말대로 기존 센서등의 크기만큼 얼룩자국이 보였고, 전선이 나온 천장의 구멍도 너무 크게 구멍이 나있었다. 교체할 조명으로 얼추 가려지기는 하지만 작업을 하는 게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남편이 예상했던 일이 생기니 그때부터 남편은 이것저것 확인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디자인만 보고 전등을 구매한 나의 행동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지적에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전등 교체 작업 내내 구시렁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현관 센세 등 교체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한숨을 푹 쉬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가 이 센서등은 안된다고 했지!" 남편은 짜증 섞인 말투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지?"나는 예쁘게 설치된 센서등이 마음에 드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남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 인지하지 못한 나에게 남편은 현관 신발장 문을 열면서 "이거 봐라!"


신발 장문이 새로 교체한 센서등 전구에 걸려 열리지 않았다. 신발장을 사용하지 않든지, 센서등을 사용하지 않든지 선택을 하라는 남편의 짜증 섞인 말에 나는 기존 센서등으로 다시 교체해 달라고 남편한테 말을 했다. 남편의 계속되는 불만과 불평을 그대로 받아 주었다. 디자인만 보고 전등을 선택했던 나의 고집으로 인해서 생긴 결과이기에 딱히 뭐라고 반박할 말도 없었다.


새로 구매한 센서등은 거실 바닥에 덩그러니 있었고 남편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말 그대로 센서등이다 보니 일반 직부등으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돈도 버리고.. 시간도 버리고... 나 역시 답답한 마음에 잠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결코 부정적인 말은 하지 마세요. 당장 생각을 바꾸세요. 그렇게 하면 당신의 삶에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검색창에 센서등을 직부등으로 사용 가능한지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서 더 정확한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검색어를 사용해 검색을 하다보다 보니 센서에 이어져 있는 전선을 빼버리면 일반 직부등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남편한테 사진을 보여주니 남편도 가능하겠다고 해보겠다고 했다. 요리저리 전선들을 만지고 자르고 하더니 금세 센서등이 직부등으로 변신을 했다. 기존 주방등을 떼어내고 현관에 설치하려고 했던 센서등을 주방에 설치했다. 전구만 교체하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전등까지 교체를 했다. 주방에 새로 설치된 전등을 보니 예뻤다. 남편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현관에 센서등을 설치할 수 없게 되자 밀려왔던 답답함과 남편의 불만과 불평의 잔소리에 나 역시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만 당장 생각을 바꾸어 해결방법을 찾고자 했다. 다행히 남편이 나의 작은 힌트를 보고 방법을 찾아내어 쓸모없어 버려질뻔한 전등을 멋진 주방등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


현관 센서등 기능을 가지고 있던 전등이 몇 가지 전선작업을 하고 나니 어디든 설치가 가능한 일반 직부등으로 변신했다. 나의 삶 역시 결혼을 하고 난 뒤 엄마로 아내로만 살아가다가 조금씩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업을 더해주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갇혀 있는 생각의 문을 여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기적처럼 일어나고 있다.


당장 생각을 바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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