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가 해왔던 일들이 결코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아녔기에.
다른 나로 살아가고자 다짐했던 3년 전. 그리고 오늘 그때와 나는 얼마만큼 달라져 있을까?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재테크를 시작했다. 작은 투자금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 지출 관리제 테크로 모은 종잣돈을 우량주 주식에 투자했다. 액세서리 금보다는 순금에 투자를 시작했다.
소소하게 재테크를 시작한 것은 7년 전부터 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가정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내가 할 수 있는 재테크를 시작했었다. 제일 먼저 내가 했던 재테크는 쓰지 않는 중고 물건을 파는 것이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했다. 물건의 종류는 상관없었다. 판매되는 물건의 종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깨끗이 세탁을 하거나, 세척을 해서 중고시장에 올려놓았다. 물건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나갔고, 나에게는 소소한 수익금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100만 원이 넘는 물건을 팔기도 했다.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물건들이 오리려 나에게 돈을 벌 수 있게 했었다. 요즘도 소소하게 중고시장에 물건을 팔고 있다.
두 번째로 내가 했던 재테크는 나 자신의 능력을 채우는 것이었다. 독학으로 웹디자인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인들의 쇼핑몰과 블로그 작업으로 소소한 수익을 벌었다. 전문적인 웹디자이너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지인들이 부탁한 작업은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그렇게 50만 원부터 10만까지 소소힌 수익을 벌 수 있었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독학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다. 직접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이기도 했고, 부동산 재테크로 그동안 모아 두었던 종잣돈을 투자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내가 가진 종잣돈에 맞추어 수익형 부동산을 매매했고, 2년 동안 월세를 받고 있다. 급매로 구매했던 아파트 시세는 2천만 원 상승했다. 월세 보증금과 매달 들어오는 돈은 다시 주식 종목에 투자했다. 우량주 위주로 투자를 했고, 배당률이 높은 종목에도 투자를 했다.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은 정리해서 대출금을 갚기도 했다. 투자금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출금을 줄여가는 것 역시 중요하기에 일정 금액 수익이 발생하면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다.
액세서리 금이 아닌 순금 투자를 시작했다. 기념일마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가방이나 신발, 화장품을 사기 바빴다. 좋은 명품 가방이 아닌 이상 가방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한다. 유행이 지난 가방은 중고시장에서도 인기가 없다. 대부분 재활용 통에 버려지거나 옷방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간다. 금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2021년 올해 여름부터이다. 1g 골드바를 시작으로 지금은 10g 정도의 골드바를 모았다. 기념일마다 골드바를 선물했고, 카드 포인트나 사은품으로 받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 골드바를 구매했다. 소소하게 1g 골드바를 모으기 시작해서 벌써 10g의 골드바를 모았다. 처음 시작은 아주 작았지만 시간과 꾸준함이 쌓여 커다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자기 계발 책 217권 인문도서 105권 소설 에세이 57권을 읽었다.
처음 독서의 시작은 재테크 관련 서적으로 시작했다. 나 자신을 계발하기 위한 자기 계발서 위주로 책을 읽었다. 수많은 책들을 읽고 나의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 체 그들처럼 살아가기를 바랐다. 책에서 말해주는 그들의 삶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심히만 한다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노력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상황이 달랐고, 기준이 달랐고, 무엇보다 나는 책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나는 나였다. 그들이 치열하게 살아왔던 시간들을 나는 알지 못했다. 한 권의 책에 담기지 않았던 그들의 치열했던 시간들을 알지 못했다. 잘 되지 않는 일에 불평과 불만이 가득했다. 운이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잘 해내는 일을 왜 나만 이렇게 일이 꼬이고 꼬여버리는지. 자기 계발서를 내려놓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인문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나를 다독이지 못하고 윽박만 지르고 있었으니. 마음이 조급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에세이도 읽기 시작했다. 단단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독이기 시작하면서 채우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나'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하나둘 배우기 시작했다. 꼭 좋은 결과를 가져 올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과정이 즐거웠으면 그것으로도 그 시간은 충분히 나에게 값진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마음을 다독이며,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책 들의 문장 속에서 배우고 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기록을 했다. 블로그에 서평을 작성하고, 책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두 번 글쓰기 공모전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남기는 서평이 제일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였다. 책 속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적었다. 글에서 만난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글을 쓰다 보면 흩어졌던 마음들이 한 곳에 하나둘 모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힘없이 축 쳐진 나의 확언들이 강한 힘을 내기도 했고, 답답함에 허공만 쳐다보던 나의 눈빛이 환환 빛을 만나기도 했다. 나 자신에게 천천히 말을 건네기도 하는 글쓰기는 나 자신을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었다.
글이 주는 힘을 믿게 되면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종종 공모전에 응모했던 나의 글이 당선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상 일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가슴 벅찬 상이 었다. 성인이 되면서 처음 받아 본 상이 었다.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 한 번씩 당선 소식이 전해오면 벅찬 마음을 안고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글쓰기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여전히 글쓰기를 하면서 세상의 이야기에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힘이 내가 흔들릴 때마다 응원하고 이끌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 비틀거릴 수는 있지만 넘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생각했다. 너무 큰 결과를 바라왔던 것일까? 조금은 허무했던 한해라고 생각했다. 또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던 시간들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고 수없이 마음을 다독여 보지만 사람인지라. 아쉬움. 미련은 어쩔 수 없는 듯.
그래도 참 잘 살아왔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되었다. 내가 해 왔던 모든 일들이 결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