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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Jan 07. 2022

하루를 잘 지낸 다는 것은.

마음이 단단해지는 살림

비움보다는 채움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왔다. 무엇인가 얻고자 하는 시간은 효율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한심해 바라보기도 했다. 살림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그러했다. 하루 두 시간 넘짓 집안일을 해도 어제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내가 보지 못했던 구석의 먼지와 어지러운 공간에 대한 불만을 듣는 날이 많았다. 살림하는 시간이 무의미한 시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청소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불필요한 것들이 집안 곳곳에 쌓여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 방에는 사용하지 않는 각종 장난감과 책들로 쌓여가고 있었고, 자리를 찾지 못하는 물건들이 빈 공간을 찾아 탑 쌓기를 하고 있었다. 여백 없이 빼곡히 채워진 공간들이 늘어날수록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시작하는 방법을 잃어가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몰라 생각만 하다가 하루를 그냥 보내버리고 있었다.


#강효진 저자의 #마음이 단단해지는 살림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면서 비워내는 시간들 속에서 나를 만나는 방법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두 시간 남짓 청소를 하고, 집안을 정리하는 시간들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림하는 시간들 덕분에 집안에 쌓여가는 먼지와 물건들이 각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준비하는 음식과 깨끗한 옷들이 가족의 삶을 편안히 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살림하는 두 시간은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 었다는 것을.


하루 10분 내가 할 수 있는 청소부터. 비워 내면서 불필요한 공간을 필요한 공간으로. 노트 속에 적어가는 마음이 단단해지는 방법들. 제로 웨이스트로 환경을 구할 수 있는 친환경 살림 제품들. 책 속에서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들로 마음이 불편한 살림이 아닌 마음이 단단해지고, 편안해지는 살림을 조금씩 천천히 실천할 것이다.


나를 알아가는 여정은 내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난 뒤부터 나라는 존재는 잠시 잊고 살아왔다. 그냥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 버렸던 것 같다. 시간에 쫓기고, 매일이 다르게 변해가는 아이들의 시간 속에 내가 들어가야 했다. 아이들이 사회 속으로 나아가면서 잠시 주어지는 시간들이 잊고 지냈던 나를 찾을 기회를 주었다. '나'를 만나는 시간은 쉬운 시간이 아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겪고 있다. 정말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결혼 후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 미술. 나에게 시간과 돈을 쓸 줄 몰랐던 나는, 매일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통해 나를 위해 사는 게 가능해졌다. 그저 좋고 또 좋다. 이런 용기는 내볼 만하다.


나를 만나는 시간을 통해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간다는 것.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갔던 것은 내가 고민했던 일들을 함께 경험하고 그 경험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마음을 단단히 하는 방법들을 알아 갔다는 것. 저자가 말해주는 방법들이 결코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나만의 방법으로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용기의 말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꼭 생산적인 일을 하고 눈에 보이는 가치를 만들어내야만 오늘을 잘 살아낸 것은 아닐 것이다.

대단치 않은 일상을 영위해나갔지만 나의 마음이 무언가로 채워졌다면, 그것이 바로 균형 이리라. 잘 지낸 하루 이리라.


난 무엇인가의 결과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말처럼. 열심히 해왔던 과정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얻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결과에 마음을 두고 있다. 세상에는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선한 목표를 가지고 행동했다면 그 마음으로. 그것으로 충분히 잘 지낸 하루인 것이다.


이렇게 비움의 정체기를 만날 때면 미니멀 라이프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게 좋다. 언제나 일상 속 짧고 굵은 방황은 별일 없었다는 듯 마무리된다.


어떤 일이든 정체기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저자가 비움을 통해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게 되면서 얻어지는 수많은 삶의 지혜들이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가올 때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있다. 잘되어 가고 있는 일이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누군가 방해를 놓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들로 머리를 가득 채워 버린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각을 전활 할 때 우리는 길고 긴 정체기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 나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 나의 이웃과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 그런 시간들을 나는 잊고 살고 있었다. 과정이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과가 꼭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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