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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Mar 04. 2022

집으로 찾아오는 봄

봄이 오고 있다. 마당에 심어 놓은 앵두나무에서 겨울눈이 곧 눈을 뜰것 처럼 단단히 부풀어 올랐다. 반대편에 심어 놓은 블루베리 나무 봉우리는 벌써 잎을 틔우며 봄을 맞이 하고 있다. 겨울내내 앙상한 가지만으로 잘 버텨내고 있던 우리집 마당 나무들이 이제 새생명을 위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봄이 기다려지는 겨울이었다. 이토록 봄을 기다려 본적도 없는 듯했다. 봄이 오는 소식에 마음이 설렌다. 마당에 식물들에게 물을 듬뿍 주었다. 얼어 버린 땅들도 숨을 쉬고 있는 듯해 보였다. 곳곳에서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코 앞에 봄이 도착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도착했다고 말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아파트 단지앞을 지나다 보니 목련꽃 봉우리에서 하나둘 꽃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 곳엔 이미 봄이 도착해 있었다.


아이들은 봄이 오기도 전에 여름을 기다린다. 입학식이 오늘인데 벌써 여름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의 시간은 벌써 저만치 멀리 가버렸다. 나의 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근처 화원농가에 들렸다. 봄에 심을 모종과 흙을 사기위한 사전 방문이었다. 아직 다양한 모종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곳에도 봄을 맞을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나만큼 봄을 기다렸을 곳이다. 눈으로 담기만 했다. 당장 심을 수 있는 모종들이 없었다. 작은 텃밭이지만 한해 농사를 생각하며 모종을 고르고 있는 나를 보니 작은 농부가 된 것만 같았다.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과 가을에 열매를 수확하는 나를 생각속에서 끄집어 내어 보았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뿌듯함. 단담함. 뭐 그런 감정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올해는 작년에 하지 않았던 채소들을 심어 볼 생각이다. 상추, 치커리, 쑥갓 그리고 고추와 방울토마토 딸기모종도 하나더 사서 심어 놓을 생각이다. 꽁꽁 얼었던 땅 속에서 작년에 심어 놓았던 딸기 모종이 모습을 들어 냈다. 신기했다. 그 혹독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 있었다니. 여름에 열릴 딸기 맛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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