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결혼으로 나도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며칠 동안이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남자 친구에게 결혼을 하자는 말을 꺼낼 용기도 없었다
출구 없는 어두운 터널을 계속 걷는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길을 걷고 있을 때도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웨딩 샾 쇼윈도에 웨딩드레스가 눈에 들어오고, 어쩌다 한번 볼까 말까 하는 깡통 달린 웨딩 차는 왜 이리 눈에 띄는지...
아이 손잡고 가는 가족들이 눈에 보이고, 예식장 하객들로 붐비는 주말 거리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눈치 없는 남자 친구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재 개그에 빠져 혼자 말하고 혼자 웃는 이상한 행동만 하고 있다
내가 먼저 얘기할까?
남자가 먼저 결혼 얘기를 해야 하는 법이 어디 있어?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어차피 할 결혼 누가 먼저 얘기한다고 뭐 어때
나만의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나는 성격이 급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처리해야 하는 성격이라 질질 끄는 상황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래 결심했어!
내가 먼저 얘기하는 거야
조용한 커피숍으로 남자 친구를 데리고 갔고 결혼 이야기를 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 결혼 소식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내 친구 정이 알지?
정이도 두 달 뒤에 결혼 한대"
"그래? 축하한다고 전해줘"
"정이는 결혼 안 할 줄 알았는데
이러다가 나만 못 가는 거 아니야?"
"........."
내 말을 듣고 있는 건지, 결혼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건지 남자 친구는 나의 물음에 단답형 대답만 이어 갔다
이대로는 결혼하자는 얘기는 꺼내지도 못 할 것 같았고, 그래서 말 돌리지 않고 우리 결혼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언제쯤 결혼할래?
8년 연애했으면 우리도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결혼하자"
"응?"
"결혼하자고"
"그래 결혼하자"
"다음 주에 예비 장인 장모님 한테 인사드리려 가자"
"그래"
뭐가 이리 간단해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대화처럼 결혼 준비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리 집에 인사하러 간 첫날 남자 친구는 바로 결혼 승낙을 받았고, 2주가 지난 뒤 남자 친구 부모님께도 결혼 승낙을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뒤 양가 상견례를 마쳤고, 엄마는 결혼 날짜와 우리의 궁합을 보고 왔다
우리의 결혼식은 내 친구 정이 결혼식 두 달 뒤였다
웨딩플래너와 예식장, 웨딩촬영, 웨딩드레스를 예약하고 웨딩촬영도 마쳤다
이 모든 일이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고 2달 동안 진행된 상황이다
숨 고를 틈도 없이 신혼집과 신혼가구들을 보러 다녀야 했고, 친구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는 전화와 만남이 이어졌다
긴박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한 번씩은 싸운다는 그 흔한 다툼 조차 없이 우리는 결혼 준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예단은 최소한으로 기본만 준비하기로 했고 결혼 예물도 커플링 반지만 하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는 8년의 연예 끝에 결혼을 했다
이제 나는 유부녀가 되었고, 남자 친구는 유부남이 되었다
우리는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알았던 일본인과의 인연으로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호텔리어의 삶도 정리되었다
나는 유부녀, 경단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