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결혼한다

by 새나

내 나이 서른

이십 대의 서른은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나이였는데 올해 나는 서른이 되었다

이십 대는 상큼 발랄한 톡톡 튀는 이미지였지만 서른은 옷 스타일도 단정해지고 화장법, 심지어 머리스타일도 변화를 주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이십 대는 막연한 미래를 걱정만 하고 지냈던 나이라면 서른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겨 결과를 내야만 할 것 같은 무게감 또한 더해졌다

주위에서 여자 나이 서른이면 지는 꽃과 같다고, 물도 좋은 물만 주고, 영양제 투약은 필수고, 조금이라도 시들어 버린 잎들은 빨리 제거해줘야 꽃의 향기를 내뿜는 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나이다


십 대나 이십 대 때는 흰 티 하나에 청바지만 입어도 그 젊은 자체로 아름다움이 있었다


몇 달 전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내 친구들은 결혼은 안 할 줄 알았는데 하나둘 결혼 소식을 전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의 결혼이라 회사에 월차를 내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호텔리어의 특성상 주말에 비번이 걸리는 경우는 흔치 않아 다른 조 직원에게 부탁을 하고 월차를 쓸 수 있었다


우리 친구들 중에는 두 번째로 결혼을 하는 친구라 고등학교 때 친구들 모두가 참석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드레스 입은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나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 생각한 나는 많은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결혼하는 친구와는 10장 이상 찍은 것 같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친구와 친구의 남편이 들어오는데 또 한 번 울컥했다

주책맞게 왜 계속 눈물이 나는지 참느냐고 힘들었다


주례가 끝나고 하객들과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장면에서 나는 참았던 눈물샘이 폭발하고 말았다

옆에 앉아 있던 친구도 덩달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친구나 나나 왜 눈물이 낫는지는 둘 다 말로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냥 그때 잠자고 있던 내 감성이 폭발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가는 친구를 배웅하고 난 뒤 결혼식에 온 절친들과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 자주 갔던 커피숍으로 향했다

친구들과 각자 음료를 주문하고 남자 친구 이야기, 회사 이야기, 다이어트, 새로 산 옷, 가방 등등

이야기 소스는 마법의 샘물처럼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같이 함께 다니던 친구들 중에도 나와 베스트 프렌드가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와 그 친구의 사이는 모두 알고 있었다

나의 안부를 그 친구에게 묻고, 그 친구 안부를 나에게 물을 정도로 우리는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 줄도 알고 있을 만큼 절친한 친구이다


그 친구가 나에게 와할 말이 있다고 너한테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편지 한 통을 주었다

우리 사이에 편지는 무슨 말로 하면 되지...


"지금 읽어봐도 돼"

"응"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카드를 다 썼나 하면서 봉투를 열어보니 친구의 결혼 청첩장이었다


"뭐야 너 결혼해"


너무 놀란 나머지 큰 소리로 말을 했고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친구들도 궁금증에 찬 눈빛으로 시선은 다시 청첩장을 준 친구에게 쏟아졌다

다른 친구 결혼식에서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그래서 다음에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샘플 청첩장이 나와서 나한테 제일 먼저 주었다고 친구가 말을 했다

나와 그 친구 사이가 특별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친구들이라 서운해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결혼식은 2달 뒤 에로 잡혀 있었고, 자세한 얘기는 따로 만나서 듣기로 했다

모두 다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이 친구에게는 나의 속마음을 먼지 하나 없이 털털 털어 냈던 친구라 조금은 더 애착이 갔던 친구이다

이렇게 베프의 결혼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뭔가 모를 감정들이 나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녁때쯤 결혼 소식을 알린 친구에게 전화가 왔고 갑자기 결혼 소식을 전한 친구의 사정이 궁금했다

남자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결혼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궁금증은 더 높아졌다


친구는 조심스레 너만 아는 비밀로 해달라는 옵션을 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임신했어 6주라고 하네"


이 한마디로 모든 궁금증 풀렸다

솔직히 조금은 예상은 했었지만 확실히 듣기 전에는 섣부른 판단을 하기 싫었다

나는 온 우주의 축복을 모아 친구의 임신을 축하해 주었다

불안해하고 있을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몇 배는 더 오버해서 축하를 했던 것 같다


"혼수 안 해가도 되겠어, 복덩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 친구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네 "


축복할 일이 두배라서 너무 기쁘다고 친구의 결혼 소식과 임신 소식 축하해 주었다

친구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우리는 1시간이 넘도록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누구 하나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대화는 계속 이어질 기세였다

친구의 불안한 감정을 공감해주면서 친구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친구와의 긴 통화를 끝내고 난 잠시 오랜 생각에 취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저쪽 구석 모퉁이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여러 친구들의 결혼식을 다녀오고 베프의 결혼 소식을 듣고 유행을 따라가는 중고등 학생들처럼 나도 그 결혼이라는 열차에 탑승해서 가고 있는 친구들처럼 결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나기 시작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친구 따라 결혼한다'가 되어 버린 나의 결혼에 대한 욕구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훨훨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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