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는 중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야

by 새나

2010년 12월 신혼여행에서 돌아 온 날


신혼여행을 마치고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결혼식에 참석해준 감사 인사와 정성껏 준비한 선물들을 전달해 드렸다

신혼여행의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어른들의 지혜로운 결혼생활백서와 같은 이야기도 쏟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와서 인지 하품이 계속 나왔다

빨리 나의 예쁜 신혼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에 어른들의 이야기는 웃음으로 대충 반응을 하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친척분들이 모두 가시고 뒷정리를 마친 후 나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은 한복 대신 잠옷을 갈아 입고 내 앞에 나타났다


'뭐야 집에 안 가는 거야'


남편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TV 채널을 돌려 댔고 시부모님들도 남편 옆에 앉은 셨다

이 분위기는 분명 시댁에서 잠을 자고 가야 상황인 거 같은데...


'뭐가 이렇게 자연스러워?'


결혼 전 엄마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눈치껏 행동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여러 번 생각해서 말하고, 좋은 말은 귀담아듣고, 나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서 마음에 절대 담아 두지 말고, 시어른들 앞에서는 절대 신랑 욕하지 말고..... 등등등


친정엄마의 슬기로운 결혼생활백서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다른 말하지 말고 하룻밤 자는 거 눈치껏 행동 하자는 생각으로 신혼여행 가방 속에서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 입고 나도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있는 남편 옆에 앉았다


'나도 이제 가족이야'


가만히 TV를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눈이 감기고 하품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계속 나왔다.


'이쯤 했으면 좀 쉬라고 누군가는 말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다들 잠을 잘 생각은 없는 듯해 보였다

나는 혼자 졸음과의 사투를 버리고 있었다

연애시절부터 눈치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편에게 나의 상태를 알아봐 달라고 신호를 보냈는데...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다는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시부모님은 방으로 들어가 셨고 그제야 나도 잠을 자러 들어갈 수 있었다


꿀 잠을 자고 있던 나에게 희미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옥아 일어나야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잠에 취해 있던 나는 슬며시 눈을 떴고, 내 앞에는 시어머니가 서 계셨다

남편이 깰까 봐 나한테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얼른 씻고 나와서 아침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뭐야 며느리는 안 피곤하고, 아들은 피곤한 거야'


아들사랑이 남달랐던 시부모님들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겪어 보니 앞으로의 나의 결혼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생각이 깨어 있으신 분들이라 괜찮을 거야'


양치와 세수를 하고 머리를 단정히 정리 한 다음 주방으로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 나갔다

주방과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주방 불만 환하게 켜져 있었다


'뭐야 나 혼자 아침밥을 준비하라는 거야'

'우리 집도 아닌데 뭐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안다고'


벽에 걸린 시곗바늘은 6시를 지나고 있었고 아직 창밖은 어둠이 짙어 있었다

시부모님 방에 노크를 했고, 방 안에서 시어머니가 나오셨다


"며느리 밥 한번 먹어 보자, 알아서 한 번 아침밥 준비를 해봐"

"네? 저 혼자서요? 재료랑 냄비가 어디 있는지도..."

냄비랑 그릇들은 싱크대에 있고 식재료들은 냉장고 안에 있다는 말 만을 남기시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며느리 길들이기?

기선제압?

내 아들 밥 굶길까 테스트?


내가 밥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결혼식부터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여정을 생각하신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쉬게 해주는 배려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밥은 빼도 박도 못하는 나의 차지가 되었기에 서툴지만 투닥투닥 요리를 시작했다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된장찌개, 계란말이, 스팸 구이, 고등어구이 그리고 시어머니표 밑반찬들을 하나둘 꺼내 2시간 가까이 걸려 단출한 아침상을 차렸다


남편을 깨우고 시부모님께도 아침식사를 하시라고 말을 하고 식탁에 앉았다

남편은 비몽사몽, 시부모님들께서도 금방 잠에서 깬듯한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오셨다

모두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고, 시부모님은 새벽부터 아침을 준비한 나보다는 잠에 덜 깬 상태로 앉아 있는 남편이 안쓰러운지 고등어구이를 남편 밥그릇에 놓아주었다


"우리 아들 많이 피곤하지? 밥 먹고 쫌 더 자"


나도 피곤한데...

맛은 모르겠지만 정성 들여 아침밥을 만들었는데...


딸 하자고 했던 시어머니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안히 있어했던 시아버지

나를 먼저 생각해 주었던 남편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 아니 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내가 알던 남편과 시부모님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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