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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습관

by 새나

문득 불안이 왔다. 한 없이 웃다가도 오고, 멍하니 있을 때도 불안은 예고 없이 온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 오랜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일부러 지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선명해지는 게 그런 기억들이라는 걸 알기에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법을 선택했다.

'그럴 수 있어.'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말들로 불안을 태연한 척 마주 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버릇을 가진 나다. 성향이 그래서 그렇다는 말로 넘기는 쪽을 선택했다.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맞서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맞선다고 뭐 그리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두려워 죽겠는데 두려움을 맞서서 뭐 어쩌겠나. 그렇다고 도망 다닌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그냥 생각이 가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을 찾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불안은 두렵다. 불안을 마주하는 자세가 어떤가에 따라 그 불안이 작고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불안이 왔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끊어 내지 못한 찝찝한 일들이 원인 일수도 있고, 무료한 일상을 위한 자극일지도 모른다. 나의 불안은 대부분 해결되지 못했던 찝찝한 일들에 대한 것들이다. 화해하지 못한 오랜 친구를 생각하다가 덜컥 그 아이와 만나는 상상을 하다가 애써 몰아냈던 불안을 마주한다. 이럴 때 우리는 걱정을 사서 한다고 한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꼭 다시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은 일상을 흔든다. 그 흔들림을 꿋꿋이 잘 버텨내는 것은 그날의 감정이 좌우한다. 어떤 일로 감정이 불안정하다면 불안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아는 이에게 이런 나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럴 시간에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묻는다.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를 잘도 지어 낸다는 거다. 그의 말대로 아직까지 일어난 일은 없다. 모두 상상 속에서 흩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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