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겨울이 올 때마다 눈을 기다렸다. 누군가에게 눈은 질퍽한 불편함이지만 나와 아이들에게는 푹신한 설렘이다. 어둠이 덮인 새벽 골목길에 푹신한 눈들이 쌓여 갔다. 눈이다.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눈 왔어"
세 글자로 아이들을 깨웠다. 처음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빨리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것을 본 것이.
"진짜?"
"응."
아이들과 창문에 붙어 밖을 바라보았다. 앞집 옥상에도. 골목길에 세워진 차 위에도, 어젯밤 걸어온 골목길에도 하얀 눈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옷을 주섬주섬 걸쳤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골목길 고요가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다. 새벽 다섯 시에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잠깐을 외치고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단잠을 깨울 수는 없었다. 소곤거리는 말에도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의 평온함을 깨울 수는 없었다. 해가 뜨면 그때 나가자고 했다. 해는 일곱 시에 뜬다. 두 시간 후에 나가자는 말에 아이들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 눈을 만나 보고 싶은 아이들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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