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까지 보내 드릴게요'
정해진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속에는 약속이 있고, 기대가 담겼다.
사람들은 종종 그 약속을 잊는다. 그들은 그저 사정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기다리는 이의 마음은 그런 말 한마디로 가볍게 지워지지 않는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자꾸 마음이 조급해진다.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문의글에 남긴 말이 무례한 건 아니었을까. 주소를 잘못 적었을까. 혼자서 상상의 길을 헤매었다.
다시 한번 문자를 보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요. 배송은 하신 거죠?'
'깜빡 했어요. 오늘은 꼭 보내 드릴게요.'
'깜빡했다'는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 깜빡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 깜빡 속에 나의 기다림을 별 것 아니라 생각한 마음이 더 서운했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는 마음이 그렇게도 쉽게 잊히는 순간, 나는 조금씩 기다림에 무너졌다.
나는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 안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더 배려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은 걸까. 세상은 늘 조금씩 어긋난다.
기다림의 유통기한이 한 달이 지났다. 물건을 취소하고 싶다고 했다. 더 이상 필요 할 것 같지 않다고. 일주일이면 도착한다는 약속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오늘 보냈어요.'
이대로 기다림이 끝이겠지. 곧 도착하겠지... 도착하지 않았다.
약속이 또 어긋났다. 그 어긋남이 쌓이면 울분이 되고, 답답함이 되고, 때로는 세상이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래도 그런 마음조차 곱게 보려고 애쓴다. 이유가 있겠지.
사정이 있다면, 그저 말해주면 좋겠다. '이래저래 해서 배송이 늦어질 수 있어요.' 그 말 한마디면 나는 다시 믿고, 기다릴 수 있을 텐데. 그 한마디가 그렇게도 어려웠던 걸까.
사람들은 바쁘고, 일은 많고, 마음도 몸도 피곤하다. 그래서 때로는 무심해진다. 어제의 약속을 잊고, 오늘의 배송을 잊어버리고 내일의 배송은 흐릿해졌다.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두 달을 기다렸다.
이토록 기다려 본 적은 처음이다. 사지 말걸 그랬어. 후회해 보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후회다. 오지 않는 물건을 자꾸만 기다리게 되는 날들. 때로는 그 기다림이 나의 일상을 잠식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택배 도착 알림을 수시로 확인하고, 초인종 소리에 기대감과 실망감을 경험하고, 마음은 또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아.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세 달이 지났어요.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요. 환불 부탁드려요.'
'오늘 보내드렸어... 00 택배 운송장번호. 1234566...'
어릴 적 살던 한적한 산골마을이 그립다. 바람 소리와 나무 냄새, 그리고 조용한 풍경, 사람들의 소음이 아닌 자연의 숨결이 들리는 곳. 그곳에서는 기다림조차 평온할 것 같다.
편리함보다는 평온함을 원하는 나이라서 그럴까. 세상의 속도를 맞추기보다는 내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고자 노력하는 요즘이다.
기다림은. 누군가를 향한 신뢰다. 그 신뢰를 가볍게 여기지 않기를. 사람들의 기다리는 마음을 조금은 더 소중하게 바라 보기를. 오늘도 조용히 기대해 본다.
세 달 하고 일주일이 더 지나서야 물건이 도착했다. 급하게 보냈던 걸까. 등뒤에 바느질이 끝나지 않은 부분이 보였다. 십 센티 정도의 구멍이 눈에 거슬렸다. 반품을 할까 생각하다 포기했다. 다시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판매자의 연락처를 지웠다. 쇼핑몰 앱을 삭제했다.
기다림의 끝은 결국 버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