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입학식 날, 나는 거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내 얼굴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것이. 거울 속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주름이 자리를 잡았고, 피부에는 기미와 잡티가 내려 앉았다. 무엇보다 입이 웃고 있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이 나를 낯설게 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 언제부터 거울을 피하게 되었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몸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해 갔다. 출산 후 체중이 늘었고, 출산 전 입었던 옷들은 몸을 죄어왔다. 헐렁했던 티셔츠는 배를 따라 둥글게 당겨졌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둔탁해 보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마주하기 싫었다. 거울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화장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머리는 대충 묶었다. 어쩌다 거울 앞에 서도 시선을 피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본다는 것은 변해버린 나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었고, 나는 그게 두려웠다.
아이의 입학실 날 마저 거울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나는 초라했다. 아니, 초라하다고 느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내 표정이었다. 피곤함과 무기력함이 깊이 배어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 웃음을 잃었을까. 아이의 입학을 축하해야 하는 날, 내 얼굴에는 기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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