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4일.
나는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했다. 서툴고 어설픈 문장이었다. 맞춤법도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묘하게 떨렸다. 마치 오랜 기다림 속에 찾아온 반가움을 만난 것처럼.
그날 이후 나의 일상에 글이라는 시간이 본격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그날로부터 2,054일이 흘렸다.
처음은 그저 기록하는 글이었다. 하루하루의 단상을 적고, 서랍 속에 고이 넣어 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글과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지쳐서일까. 아니면 두려워서일까.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자주 멈춰 세웠다. 누구를 위해 쓰는 글인지. 무엇을 위해 쓰는 글인지 묻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발행 버튼 앞에서 망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역꾸역 글을 썼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브런치에서 보낸 2,054일 동안 나는 430여 편이 넘는 글을 발행했다. 서랍 속 글들을 포함하면 500여 편이다. 때로는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때로는 공모전에 응모한 글들이 상을 받기도 했다. 입선, 가작, 장려상, 최우수상이라는 이름표가 붙을 때마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을 수 있었다. 서랍 속에 쌓아 두었던 글들을 엮어 책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꿈처럼 여겼던 일이 현실이 되어 내 손에 잡혔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늘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졌다. 나 같은 사람이 글을 써도 될까. 책을 낼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하며 오래 맴돌았다. 그러다 브런치를 만나 꿈은 조금씩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글을 쓰고 싶어 브런치 문을 두드렸고, 브런치는 그 문을 반갑게 열어 주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브런치 세상에서 나의 이야기를 쓰고 지우며 꿈을 꾸었다. 나는 여전히 글 앞에서 머뭇거린다. 그럴 때마다 브런치는 나에게 '작가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용기를 내보라고 토닥였다. 그 문장 하나에 나는 발행버튼을 눌렸고,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은 내 꿈이 어느 순간 내 옆에 있었다.
글은 나의 오랜 꿈이었고, 브런치는 그 꿈을 현실로 이어준 다리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글 앞에 앉는다. 한 걸음 더 걷기 위해. 그래서 또 다른 꿈이 있는 곳을 건너기 위해. 나는 오늘도 브런치에서 문장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