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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문 May 23. 2019

지그 씨, 당신이 틀렸습니다.

<정상에서 만납시다> 서평

- 나는 왜 자기 계발서를 읽는가?


  확실히 하자. 나는 자기 계발서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경쟁과 노력을 강요하는 체제에서, 그것들을 더 강화시키고 사람들을 현혹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주 쓸모는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거나, 새로운 시작을 해야만 할 때 일정한 ‘참고서’가 될 책은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몇 가지 유명하다고 알려진 자기 계발서를 추천받았고, 정독했다. 지그 저글러의 저서인 ‘정상에서 만납시다’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 지그 저글러, 정상에서 만납시다, 산수야, 2008 -


- 정상에서 만납시다.


  ‘정상에서 만납시다’를 빌릴 때 출판사의 홍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25년간 베스트셀러였다’고 적힌 대목에서 특히 그러했다. 출판시장에서 자기 계발서는 레드오션이다. 매번 서점을 갈 때마다 새로운 책이 진열되어 있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그 저글러의 ‘정상에서 만납시다’가 25년 동안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은 그 분야에서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왜 이 책이 유명한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출처가 바로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단계별로 또한 구체적으로 삶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재치 있는 이야기로 설명한 것도 인상 깊었다. 저자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해두었다. 덕분에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지루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조언들도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읽은 자기 계발서 중에서 ‘정상에서 만납시다’가 가장 도움이 된 책 중 하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 활기 넘치는 인사를 가족들에게 하는 등의 변화도 있었다.


- 자본주의의 성경


  내가 이 책을 처음 읽는다고 했을 때, 한 SNS 친구는 ‘정상에서 만납시다’가 ‘자본주의의 성경’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반은 동의했고, 반은 그렇지 않았다. 동의한 부분은 실제로 자기 계발서들의 역할이 자본주의 체제에 있어 개인을 강조하고, 사회구조의 문제에 귀를 닫게 하는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이라고 할 정도로 ‘정상에서 만납시다’가 위상이 높은 책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했다. 나는 그런 견해를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나는 그의 견해가 옳다고 인정해야 했다. 다만 말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의 성경’ 앞에 ‘보수 개신교’를 붙여야 한다.


  왜 그런가? 지그 저글러는 책 중에서 계속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강조한다. 그것 자체는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 어떤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사람들의 삶을 좋은 쪽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의 행위는 ‘일단’ 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냉담자인 가톨릭교도라는 상황 속에서, 그의 신앙관에 약간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그리 나쁘지 않다’라고 여겼다. 그러나 문제는 지그 저글러가 우리를 이끌려는 ‘좋은’ 방향이 어디선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전통적인 보수 가족관과 성공관을 견지하고, 사람들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오해는 마시라. 나는 보수적인 가족관과 성공관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직업을 잡고, 상당한 돈을 받고, 인품 있는 이웃으로 지내자고 하는 성공관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권장할 그 무언가다. 가족관의 경우 나는 다른 가족 체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처지이기에, 저글러의 보수적인 가족관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사회의 이상인만큼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이야기하는 ‘좋은’ 방향에 대하여 일부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그는 자신의 시대, 사상에 대하여 지나치게 믿고 있다. 또한 그것이 영속할 것이라고 의심하지도 않는다. 개인의 굳은 신념은 개인 그 자체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저글러는 자기 계발서로 정평이 난 사람인만큼 그 점에 대해서는 주의했어야 했다. 다른 삶의 기준,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 특히 동성애를 부정적인 그 무엇인가로 여기는 그의 서술에서 거북함을 느꼈다. 그가 보수 개신교인이라는 사실을, 또한 공화당 지지자임을 내가 감안했어야 하지만 동성애는 악하지 않다. 그저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는 방식일 뿐이다.


  나는 그가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니 바꿀 수 없다. 그는 2012년에 죽었다.) 나도 동성애 등에 주의하라는 뉘앙스가 담긴 조언을 이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그의 몇몇 조언을 따를 것이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타협도 할 수 없다. 저글러의 정상에는 동성애자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에서 동성애자들도 그곳에 올라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지그 저글러는 훌륭한 자기 계발서를 썼다. 또한 ‘자본주의의 성경’이라는 명성을 얻어도 될 정도로 그의 삶은 성공적이었다.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가장 큰 것을 까먹었다. 본인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또한 책에도 적어 놓았다. 그것은 ‘사랑’이다. 예수는 자신의 이웃을 사랑하고 했다. 그가 만일 기독교적 정신을 가지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다면, 자신의 사랑부터 왜곡되지 않았는지 확인했어야 했을 것이다. ‘정상에서 만납시다’는 그의 최고 명저일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삶의 성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이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부디 그가 하늘에서 생각을 고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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