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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문 May 29. 2019

프로듀스가 시리즈가 더 민주적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프로듀스 시리즈가 소년들을 이끌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11명을 뽑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겹게 또’라고 중얼거리지만, 시선은 어느새 연습생들을 향해 있다. 그리고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지 벌써 결정하기까지도 한다. (필자는 손동표를 지지한다.) 프로듀스 시리즈 자체는 경쟁을 과열시키고, 아이돌 산업에 있어 성적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단점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것은 대부분 합리적이고 충분히 들여 볼 지점이 있다. 그런데 역으로 프로듀스 시리즈가 우리에게 하는 비판도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다.


프로듀스X101


프로듀스 시리즈의 핵심이 ‘투표’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의 선거제도에 있어 무슨 시사점을 주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저 인기투표해서 아이돌 그룹 하나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감히 이런 프로듀스 시리즈 자체가 지금 우리의 선거제도보다 더 ‘민주적’이라고 확신한다. 누군가 들으면 비웃을만한 주장이다. 고작 연습생에게 투표하는 프로그램보다 우리가 더 민주적이지 않은 선거 시스템을 가졌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확실히 말한다. 우리의 선거제도는 프로듀스에 비해 뒤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승자는 11명이었다. 단 1명이 아니라는 소리다. 1등과 2등의 차이가 아무리 근소해도 상관없다. 그들은 모두 데뷔할 수 있다. 11등까지 같이 무대에서 서서 국민 프로듀서 앞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일종의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우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아무리 2등이 많은 득표를 해도, 1등이 단 1표라도 많이 얻으면 낙선하는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가 적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프로듀스에서의 투표에는 연령 제한이 없다. 휴대폰만 가지고 있으면 초등학생도 자신의 연습생에게 투표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18세 선거권을 주냐 마냐로 옥신각신 거리지만, 프로듀스에서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다. 선거에서의 나이 제한이 철폐됨으로써 프로듀스로 선출된 아이돌들은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보다 더 다양한 세대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국회의원들은 매 선거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하지만, 선거제도가 이러한데 과연 프로듀스에서 이룬 다양성보다 더 진일보가 가능할까?


또한 프로듀스 시리즈는 연습생들에 대한 끊임없는 검증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우리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검증은 있지만, 프로듀스 시리즈에 비할바는 아니다. 프로듀스의 국민 프로듀서는 각종 다양한 장르로 연습생들의 능력을 볼 수 있고, 전문가에 의해 그 완성도를 실시간으로 보고 받는다. 더욱이 프로듀스는 단순히 평가만 하는 것이 아닌, 연습생 개인의 역량을 키워 더 나은 단계로 나가게 하는 시스템마저 있어 데뷔 이전부터 국민대표 아이돌의 능력을 크게 성장시킨다. 즉, 천재가 아니라 하더라도 프로듀스에서는 천재가 되어 나갈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프로듀스의 선거제도가 없다. 선거권은 여전히 19세 이상에게만 주어지고, 사표가 많은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검증은 생각보다 철저하지 않다. 더욱이 군소후보가 주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도 미진하다. 국가 전체에 있어 아이돌 그룹 하나를 선출하는 것보다,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막상 더 진보적인 선거방식은 프로듀스가 가지고 있다. 좀 더 나은 투표를 생각하고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 국회에서는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를 늘리고, 비례성은 높여 더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법안들이 올라와있다. 여러 사안이 겹쳐 그것이 표류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그 개혁안들을 통과시켜야 할 당위는 분명하다.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도 하는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들을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


정치인들은 언제나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크게 외친다. 이제 그 국민들을 늘릴 때가 되었다. 선거제도 개혁은 더 많은 국민을 포함시키는 중요한 일이다.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의 투표제도가 프로듀스에 비교당할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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