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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문 Jun 03. 2019

여자도 군대 가라고? 왜?

여성 징병제 -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청원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심각한 정치 사안부터 사소한 생활 이슈까지 모든 것이 청와대에 모이고 있다.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어찌 되었든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어떤 답을 준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아야겠다. 이렇게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는 국민청원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여성 징병제다.

해당 청원은 20만 명이 넘었지만, 대통령은 ‘재미있다’는 차원에서 언급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많은 수의 사람이 모인 청원이었는데 가벼운 사안처럼 여겨진 것이다. 이에 분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거면 청원제도는 왜 만들었는지 조롱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차라리 위선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차악이었을지도 모른다.

왜 차악인가? 여성 징병제에 대한 찬반을 분명하게 하면, 그야말로 이에 대한 논의가 폭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찬반을 넘어 한국 국민 사이에서는 징병제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것이다. 여성 징병제가 기폭제가 되어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담론을 꺼내오는 현상. 정부는 이런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다. 징병제에 대하여 전 국민이 떠들다 보면 결국 하나의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 모두가 고민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고민은 그동안 사실상의 금기였다. 그러나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고민이어서 계기가 있다면 금방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바로 ‘왜 징병제를 해야 하나’에 대한 물음이다. 이에 대하여 누군가는 ‘남북 대치’ 상황을 언급하기도 하고 ‘군대 가야 사람 구실’을 한다고 많은 반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꺼내보자. 우리는 왜 군대를 가야 할까? 징병제만이 답인가?

그러면 우리의 상식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남북 대치 상황은 휴전을 종전으로 바꾸면 되지 않는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군대 가야 사람 구실을 한다니, 도대체 당신들이 생각하는 ‘사람’이 뭔가? 한국 사회의 통념이 모두 다시 논의되는 중대한 길목에 도착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여성 징병제를 이 기존의 질서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쓸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실제로는 역효과만, 그것도 가장 강력한 극단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차라리 ‘재밌다’라고 한 것은 상황 회피의 일종이다. 이전 정부와 달리 북한과 적극 대화하여 평화 체제를 이어간다는 다른 색깔은 이어가고 있지만 징병이라는 체제에 대해서는 이전과 크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사병 복지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징병제에 대한 어떤 다른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 기회가 여성 징병제 청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성 징병제 논란은 징병제가 존속되는 한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들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징병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염려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에게 잘못된 보상심리를 적용하는 남성에게나 그런 남성이 싫은 여성에게나 모두 여성 징병제를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여성 징병에 대하여 고민하자. 우리는 왜 군대를 가야 하는지, 어째서 그런 환경에 속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자. 그것에 대한 답을 찾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징병제를 납득하거나, 그것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다녀야 한다면 명확한 답을, 가지 말아야 한다면 확실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와 질문은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쟁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리 같이 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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