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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를 따르라?

샛길에서의 쉼도 필요하다

by 나나나

요즘 내가 속한 조직이 수행하는 업무가 업계에서는 대세인 모양이다. 회사 내에서도 조직이 커지고 타조직에 비해 우선적으로 지원 및 혜택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 및 사업은 줄을 서 있는데 수행할 인력이 부족할 정도다.


대세임에는 분명한거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소위 대세라 부르는 화려함 이면에는 고통과 어려움도 상존하고 있다. 물론 자기가 하는 업무가 하이라이트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화려한 모습 뒤에서 감내해야 하는 고충과 스트레스, 심적 압박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은 솔직히 부족한 상태이다.


예전에 회사 내 어떤 분이 말했다. '대로가 생겼는데 작은 길들이 뭐가 중요하냐. 그냥 모르는척 대로로 가면 된다'고. 많은 동료들이 지금 그 대로 위를 뛰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땅만 보면서 힘들게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을, 옆을,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쉼없이 그저 뛰는 것에 바빠 내가 어디 만큼 왔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는 있는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땅만 보고 죽어라 달려 어딘가에 도착했는데 원래 가야할 목적지가 아니었다면 어떨까? 올바른 목적지에 대한 기대와 기약도 없이 그냥 땅만 보고 가다가 어느 순간 지쳐서 포기하지는 않을까?


소위 대세라고 하는 것을 누리고 있는 나와 동료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현재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어떨까? 정치판에서 최근 자주 썼던 말이 생각난다. '이러다 한방에 훅 간다'.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길을 넒힌다면 작은 길을 없애지 말고 연결 했으면 한다. 큰 길과 연결된 그 작은 길에는 우리가 잠시 머물 수 있는 휴식처가 있을지도 모른다. 샛길이 주는 짱박힘의 즐거움, 잠깐의 새로운 경험. 이런 것들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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