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을 지배하는가
지난주 톼근길에 집 앞 족발 골목을 지나는데 족발집 안에서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길가까지 들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가게를 통째로 빌린듯 했다. 남학생 한명이 노래를 부르려는듯 병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고 앉아있는 학생들은 박자를 넣어가며 노래를 재촉하고 있었다.
'어느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인가 보네. 아... 3월이었지.'
일요일은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재활용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을 보니 종이쪽에는 동화책이 많이 버려져 있었다. 플라스틱에는 실컷 가지고 놀다가 망가진 장난감도 있었고 한쪽 구석으로는 낡은 어린이 옷장 같은 것도 눈에 띄였다.
'누가 유치원 다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나보네. 아.. 3월이었지.'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업무와 관런된 일정은 몇 개월 몇 년 앞을 계획하면서도 개인의 삶에 대한 시간개념은 아예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아 지금이 O월 이지', '아 OO계절 이구나' 하며 지금 내가 서있는 시간의 위치와 흐름을 겨우 파악하게 된다.
커피 전문점 야외테라스에서 멍하니 커피 한 잔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거 때문인거 같다. 그냥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보고, 햇빛도 쏘이고, 바람도 느껴보고, 하늘도 한번 보고. 어쩌면 그런 시간이 나를 위한 잠깐의 여유이자 나만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일듯 하다.
나의 시간을 지배당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시간은 내가 지배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