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리턴

by 함물AVI

출퇴근길,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을 말로 뱉고 글로 옮겨 하나의 에피소드로 엮어보겠다던 나의 야심 찬 계획은 어느샌가 멈춰 서 있었다.


꾸준함이라는 단어는 인내심의 한계 앞에서 무력해졌고, 아주 가끔 간신히 글 하나를 완성해 내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었다.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 그것은 외부 환경의 제약뿐만 아니라 내밀한 심리적 저항까지 이겨내야 하는 고단한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나 자신의 계획을 가장 먼저 배신할 것이라는 사실도.



무너지는 당연함에 대하여


지금의 세계는 내가 살아온 과거와는 너무도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변화를 지켜보며 나는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기를 느낀다. 그동안 알뜰살뜰 보살펴온 나의 생활 기반들이 정작 다가올 미래의 안정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 근본적인 의문이 고개를 든다.


"미래는 과연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인가? 아니면 그저 흐르는 대로 유영하며 몸을 맡겨야 하는 것인가?"


나를 지탱하던 기반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교류해 온 친구와 동료들. 그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내고 단절을 선택한 뒤, 나는 때로는 자유를 느끼고, 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을 느낀다.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긍정이라는 이름의 강요와 우울의 잠식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고 뇌를 조종하듯 긍정적인 생각을 주입해 보지만, 그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틈을 타 스며든 우울한 감정은 금세 마음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불안을 부추긴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본질적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때로는 삶이 실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교하게 설계된 허상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의 자아는 분열된다. 어떤 것에도 가치를 둘 수 없고, 계획과 노력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무력한 상태. 지금의 나는 절망이라는 단어에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또다시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상황은 변하고, 나의 생각도, 기분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결국은 궤적을 바꿀 것이다.


오늘 아침의 이 지독한 무력감이 영원히 지속되는 절망이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인 불안의 파도임을 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또 다른 내가 서 있을 것이기에, 나는 여전히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