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방패로서의 독서에 관하여

by 함니




제대로 된 독서, 즉 참된 책을 참된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다.
이 운동은 현대의 풍습이 높이 평가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큰 노력을 요구한다.
그것은 운동선수가 참고 견뎌야 하는 것과 같은 훈련을 필요로 하며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평생 일관되게 간직해야 한다.
책은 그것이 쓰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정성껏 읽어야 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그간 두껍다는 이유로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월든을 독서 모임에 가지고 나왔다.

모임장으로서, 혹은 취미가 독서라고 말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독서를 좋아하기가 어렵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소로우가 말했듯이 독서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작가가 시간을 들여 정성껏 쓴 책을 아무런 노력 없이 흡수하려는 것은 어쩌면 이기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보통, 노력을 하기 전에 생각한다.

'이 노력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명확할 때 비로소 동기부여가 생긴다.


나에게 독서는 지식이나 교양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평안한 상태에 이르기 위한, 즉 감정을 추스리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외로움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독서는 생각보다 깊은 위안을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독서를 대하는 마음가짐보다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

그리고 현대인의 삶에 스며든 가장 보편적인 감정 중 하나인 외로움과 관련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군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외로움을 이겨내고,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사회생활을 위한 관계는 늘어난다.


결국 원치 않는 관계는 많아지고 진심 어린 상호작용은 줄어들면서 외로움은 더 짙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선택지는 넘쳐난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콘텐츠와 매체들.

수많은 취향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때로 더 혼란스럽고

외롭지 않지만 왠지 외로운 복잡한 감정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 독서는 나에게 하나의 창이 된다.

작가와 나의 1:1 대화, 더 들어가면 등장인물들과의 밀도 높은 교감.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앉아 있으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어느새 그들이 사라진 듯 느껴지고

나는 오직 작가와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감각 속에 들어선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 어디에 있든 나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 시간이 바로 독서를 하는 시간이다.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이 많아진 현대인들에게

이런 의미에서 독서는 중요한 취미이자 감정의 방어막이 되어준다.


나는 이런 이유로 독서를 좋아하고 더욱 하려고 노력한다.

외로움에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책 한 권만으로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실수와 고통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 역시 누군지 모를 독자들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어느 순간에는 독자가, 또 어떤 순간에는 작가가 되는 이 독서라는 활동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언제 어디서든 마주하고 있다.


외로움을 이겨내려고 책을 펴든

그냥 심심해서 읽든

그 안에서 그보다 더한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길 바라며


패션 독서인의 횡설수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