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지친 영혼의 신음소리
흔들리는 풍경소리에 묻힐즈음
소슬바람 타고 풀벌레 울음소리 갈대에 걸려 흔들리고
휘어져 늘어진 버들가지 아래 앉아 바라보는 해거름 하늘에
사랑 깊은 기억들이 켜켜이 얹혔다.
그렇게 지난 가을날 풍경 한 자락 추억하며
슬픈 눈물로 얼룩진 봄날을 뒤로하고
구슬땀 훔치는 소매자락에
정신없는 세월의 흔적이 얼룩져 흐른다.
오늘 분주히 땀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발 뻗고 누울 편안한 가을이 오겠는가!
때 묻은 적삼 빨지 않고서야
어찌 정갈한 착복을 기대할 수 있으랴!
오늘 오만 가지 더러운 세상을 향해
찌푸린 눈살에 주름이 잡힌다.
뒷짐 지고 다시 일어선 허리에
삶의 무게가 칙칙하게 눌려온다.
무엇 하나 녹녹지 않음을 아는지
얼굴 스치우는 바람마저 거칠기만 하다.
아무런 근심도 없이 해맑게 웃는 어린아이의 얼굴이
찌푸린 내 얼굴 밀어내고 헤벌쭉 한가닥 웃음을 만든다.
그래 무지랭이가 심사는 편하겠지.
넘어가는 햇살과 함께 온갖 상념도 자지러진다.
사랑하면 꽃이 피고
꽃을 보면 사랑이 피어오른다.
사랑하면 별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사랑하면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나 따뜻한 마음이라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휑하니 뚫린 가슴이기에
핏빛보다 짙은 사랑을 찬가한다.
상처 입은 목마른 가슴끼리 부대끼면
그보다 더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게 되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