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
난 너무나 자주 속으며 삽니다.
난 속지 않으려 발버둥 칩니다.
난 속는 자체도 모르며 삽니다.
늘 사기꾼에게 속으며 삽니다.
늘 사기꾼은 주변을 맴돕니다.
그 사기꾼은 보이지 않습니다.
떼어내 보려고 애써도 봅니다.
동댕이 쳐봐도 쉽지 않습니다.
어느새 주변에 다가오니까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성이며
언제든지 내 주변을 맴돕니다.
나는 내 안에 또 내가 있습니다.
속는 자와 언제나 함께입니다.
속이는 나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젠 작별을 고하고 싶습니다.
해거름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
고개 수그린 채 턱 괴고 앉았는
나를 바라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림자 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그늘만 찾아다니진 못하니까
햇볕에 앉아 대화를 나눕니다.
속이는 그림자 붙들고 앉아서
지칠 줄 모르고 곁에만 있냐고
속없이 푸념을 늘어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