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걸음을 돌아보며
들리는 소리가 없어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이끌어주는 손이 없어도
벗은 몸으로
무엇으로도 가릴 것이 없는 부끄러움으로
엎드리게 하시니
애초부터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이렇게 엎드리도록 하시려고
그토록
미련하게
어두운 마음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도 모른 채
넋이라도 있었는지 모를 만큼
아무 생각도 없이
내달리며
내달리며
부딛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지독한 목마름으로
이렇게 엎드릴 수밖에 없도록
하시었나보다.
아무 소리도 없고
보이는 것 없고
만져지는 것 없으나
깊은 울림으로
말씀하심을
내 영혼은 느낀다.
나는 또다시 일어나
걸어가야만 한다
절뚝거리며 지나온 걸음처럼
그렇게 걸어가야 할지라도.
오직
나를 엎드리게 하신
그분의 이끄심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