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었다 가세요

고단한 생의 행로에서 만나는 쉼터

by 주용현

길을 걷다 힘들어지면 길섶에 앉아 먼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어떤 땐 너무도 파아란 하늘이 온몸을 빨아들일 것 같습니다.

때론 뭉게구름이 너무도 푹신해서 배 깔고 누워 한숨 자고 싶어 집니다.

파아란 도화지 위에 온갖 것들이 왔다 갔다 하며 눈을 즐겁게 합니다.

숲 속의 토끼 같기도 했다가 이내 사그라지고

어머니 품속의 아기가 잠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고단한 길에도 잠시 쉬어갈 바위 언덕이 있습니다.

길섶의 풀숲 앉을자리도 있습니다.

먼지 푸석한 길의 메마름 속에도

싱그런 꽃향기가 흩날릴 틈바구니는 있습니다.


너무 분주하게 앞만 바라보고 걷게 되면 많은 것들을 볼 수 없습니다.

길을 걷다 힘들어지면 잠시 길섶에 앉아 쉬었다 가세요.

바람 속에서도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이 있습니다.

묻어나는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기도 합니다.

풀숲 작은 가지의 흔들림 속에서

들려오는 풀벌레의 울음소리도 있습니다.


하늘과 산과 들판,

그리고 보이지 않으나 느껴지는 숱한 아름다운 것들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렇게 너무 분주하게 앞만 바라보고 걷다 보면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길섶에 앉아 귀 기울여 보세요.

들려오는 온갖 것들 속에 내가 있습니다.

친구와 형제 그리고 어머니, 선생님...

나를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거기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길섶에 앉아 쉬세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입을 가리지 않은 채로 크게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을 거예요.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이 응어리들 풀어지고

서로를 보듬어 감쌀 수 있어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오를 거예요.

길을 걷다가 힘들면 잠시 길섶에 앉아 쉬어가세요.

고단한 길을 앞만 보고 걷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더불어 사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