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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Feb 11. 2022

세겜의 머뭇거림-벧엘

창 34:1-35:29  ​

야곱이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돌이켜 아버지의 집에 돌아오는 것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다. 야곱은 하나님의 언약을 따라 믿음으로 살아야 했다. 그런데 외삼촌의 집에서는 그 일이 쉽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내용은 땅과 후손에 대한 것이었다.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머물며 후손이 번성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 아버지의 집을 향해 돌아오는데 그 길에 형 에서의 분노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얍복강을 건너 브니엘의 경험을 한 뒤 야곱은 형 에서와 극적인 상봉을 했고 형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형과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이는데 야곱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마도 야곱은 형 에서를 믿지 못했을 수 있다. 지금은 형의 분노가 가라앉았지만 언제 어느 때 다시 분노를 일으켜 자신을 해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형이 함께 가자고 했을 때도 거절하고 천천히 따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세겜 땅에 이르러 그곳에 임시 정착을 한다.

그런데 세겜 땅에서 큰 사건이 터진 것이다. 딸 디나가 세겜의 성주 하몰에게 강간을 당한 것이다. 이 일로 야곱의 아들들이 나서서 보복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보복의 수단으로 하나님의 언약의 징표인 할례를 이용한 것이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지 못할 일이었다. 또한 그 땅의 거민들에게 대적하는 도발을 한 것으로 간주되어 큰 화를 입을 수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야곱이 시므온과 레위에게 이르되 너희가 내게 화를 끼쳐 나로 하여금 이 땅의 주민 곧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 나는 수가 적은즉 그들이 모여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러면 나와 내 집이 멸망하리라”(34:30)

이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는 야곱이 아버지의 집, 하나님의 언약이 머무르는 곳으로 곧바로 돌아가지 않은 것인데, 믿음으로 순종해야 할 일에 머뭇거리며 이방 땅에 거함으로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에 보복을 할 때 하나님의 언약의 도구인 할례를 이용하므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거룩을 훼손한 것이다.

이제 야곱은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야곱은 또다시 큰 두려움에 빠졌다. 이렇게 하나님의 백성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자세히 보면 야곱이 하나님을 먼저 찾아간 것이 아니다. 야곱은 두려움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오셔서 말씀하시고 벧엘로 올라오라고 부르신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서 거기 거주하며 네가 네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도망하던 때에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께 거기서 제단을 쌓으라 하신지라.”(35:1)

야곱은 벧엘로 올라가기 전에 집안 단속을 시작한다.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거룩을 지키는 것이다. 이방의 모든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라고 한다. 이것은 우상숭배의 모든 죄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마음을 온전히 기울이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거룩이고 정결함이다. 더 나아가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고 한다. 하나님 앞에 나아갈 만 하도록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준비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고 한다. 벧엘로 올라가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으라 명령하심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그들이 살 길임을 하나님께서 보이셨고 그들은 순종해야만 했다. 야곱의 가족들은 이 일에 전심으로 마음을 합하여 순종한다. 모든 이방 신상들과 우상숭배에 관련된 귀금속들을 그 땅에 묻고 길을 떠났다.

여기에서도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다. 그 지역 주민들이 크게 분노하여 야곱을 치러 올 수 있는 상황인데 그들의 마음에 하나님께서 큰 두려움을 일으켜 감히 야곱을 해할 수 없도록 보호하신 것이다. 벧엘에 이르러 야곱은 다시 한번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그 이름을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꾸어주신 대로 그 이름을 불러주신다. 얍복강에서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벧엘에서 그 이름을 불러주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언약을 상기시키시고 약정해주신다.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생육하여 번성하라 한 백성과 백성들의 총회가 네게서 나오고 왕들이 네 허리에서 나오리라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네게 주고 내가 네 후손에게도 그 땅을 주리라”(35:11-12)

35장은 라헬이 베냐민을 낳고 죽어 장사 지낸 일과 야곱의 열 두 아들에 대한 기록, 그리고 이삭의 죽음을 기록하고 끝난다. 모두가 중대한 사건들이지만 간략하게 기록하고 넘어간다.

야곱의 가는 길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고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도우셔서 길을 내신다. 모든 것이 야곱에게 주시는 언약에 함축되어 있다. 그의 후손으로 큰 민족을 이루며 온 세상의 구속을 이루시려는 것이다. 이 일에 야곱은 선택되었고 그의 삶의 모든 행로는 하나님의 구속사에 사용된다. 단순히 한 인물의 인생사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구속하시려는 큰 뜻이 야곱의 삶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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