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瑪瑙 주용현
한 번도 원해본 적 없지만
또한 한 번도 거부해 본 적 없이
매번 그렇듯이 오늘도 두툼한 겉옷인 양
하아얀 눈으로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털어내려 몸부림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지나가는 바람이 흔들어 주기도 하고
와아 소리치는 아이들의 발길질에 흔들거려
부스스 떨어져 내리곤 한다.
저항한다 해서 아니 내릴 것도 아니고
환영한다 하여 내려올 것도 아닐 터
그저 묵묵히 순응하는 법만 잘 배우면 된다.
하얗게 새 옷을 입고 위세를 떨치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위풍당당하게 눈꽃을 피워낸 것이
제 자랑일 것도 없지만
그게 그렇게도 곱다고 지나가는 이들 마다 탄성이다.
그 탄성이 제 것도 아닌데 왜 그다지도 설레이는 것일까
한 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는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상상은 자유롭다.
예삿일이 예삿일이 아닌 세상에서 늘상 만나는 예삿일에
화들짝 놀라 볼멘소리 쏟아놓는 이들에게야
내 모습은 더더욱 갑갑하기 그지없겠지만
처음 생겨날 때부터 이렇게 한 자리에 서 있었으니
그게 무삼 대수는 아니어서 이리 순응하는 것이다.
큰소리치지 않아도 큰소리로 들려지리라.
발 묶여 서서도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한 번도 원해본 적 없지만
또한 한 번도 거부해 본 적 없이 서서 누리는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