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by 주용현

첫눈 그러면 우선 설레임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얼굴에 부닥치는 눈발은 그닥 설레이지 않는다.

외려 성가시고 까칠해서 피하고 싶어진다.


첫눈이 내리는 질퍽한 거리를

발이 온통 젖는 줄도 모르고

그저 하염없이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이 좋아서

그냥 말없이

하얀 눈에 가려진 잿빛 하늘만 쳐다보며

끝없이 걸었던

어린 시절 그날은

아직도 내 가슴 한켠에 여전히

차가운 감촉으로 남아있다.


이 고단한 삶의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얀 눈의 차가운 감촉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져

그 차가운 눈발에 온몸을 내맡긴 채

하루 종일 걷기만 했다.


해가 어둑해져 집에 돌아왔을 때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지만

무언가 모를 따뜻함으로

마음은 평온했었다.


누구라도 삶을 고뇌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리다 하여 모르는 것도 아니다.

삶의 다사다난한 행로를 거친 노년이라 한들

어찌 삶의 고뇌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으리오.


노년에 이른 오늘

소년의 그날처럼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 올 때마다

그날의 가슴 따뜻했던

차가운 눈의 감촉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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