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요즘 느끼는 감정은 내가 너무 잘해서도 안되고 너무 못해서도 안 되는 당혹감이다.
나는 업무를 무조건 잘 해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도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오히려 업무를 너무 잘 해내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지고, 업무에 느슨하게 대해도 주변 사람들이 일을 나눠 갖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업무에 최선을 다했던 나의 열정기에는 그 분야에 최고가 되길 바래왔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 권태기에는 잠시 업을 멈추고 업무 외에 내가 발전하는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 성숙기에는 주변 환경을 돌아보며 발맞추어 나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정확히는 그동안 쌓아왔던 전문지식을 발휘하고 나 스스로 성찰하면서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과거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전공분야를 탐구하고 발전하기 위한 과정 덕분에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응급 재난 분야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체력이 잘 따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꿋꿋하게 노력한 덕에 응급의료체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게 되었다.
지금은 분야를 바꾸어 일차의료와 재택의료를 실천하며 건강형평성을 탐구 중에 있다. 특히 재택의료에서는 주된 환경이 자택이기 때문에 야전과 같은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수액걸이대 대신에 옷걸이를 이용해야 하고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탄력붕대 대신에 스카프나 넓은 천을 이용해서 응급처치를 해야만 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임상술기가 지금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 해가 지날수록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임을 체감하고 있다.
열정이 너무 가득하지만 주변 환경이 뒷받침되어 주지 않을 때 오는 허탈감, 나보다 훨씬 간호사다운 동료를 볼 때 질투심이 나를 휘감았다. 그리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잘 해냈을 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나를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낳기도 했다. 그 과정으로 나의 만족을 위해 일도 해나가는 것인데 고통스러워야 하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쉽지만은 않지만 이 경험을 통해 분명히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력과 역량은 앞으로도 쭉 쌓아 갈 테지만 이제는 주변에 있는 사람과 발을 맞추어 협동해 나가는 과정을 배워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