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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하상목 Mar 03. 2023

# 길 위에서 CPR

심폐소생술에 능숙한 나를 만나다.

나는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난 후 여전하게 출근을 하고 있었다.

직장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경찰 두 분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남성 한분이 길 위에 누워 계셨고 혹시 술을 마시고 길에서 누워계시나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경찰이 119 구급대를 요청하는구나 생각하며 그렇게 무심한 채 직장에 출근을 했다. 그런데 그 장면이 계속 떠올라서 내가 무언가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수동 혈압계를 가지고 다시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혈압을 재기 전에 의식이 있으신지 확인하려고 흔들어 깨웠다.

"저기 아저씨! 일어나 보세요 괜찮으세요?"

그러자 반응이 없었고 얼굴이 창백하고 안구 주변에 소량의 출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경동맥을 촉지 했고 맥박이 느껴지지 않아 심정지 상태임을 직감했다.

바로 흉부압박에 들어갔고, 주변 경찰에게 심정지 상태임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여기 심정지예요! 119 빨리 불러 주시고 좀 도와주세요!"

그러자 경찰이 상황실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함을 무전으로 알렸고 다른 지원을 요청하였다.

"새, 새 현장에 심정지 환자 발생, 추가 요청 바람!"


  혼자서 열심히 흉부압박을 하고 있던 도중, 인공호흡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어 구강 대 구강으로 하게 되면 환자나 나에게 서로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공호흡을 해야 더 질 높은 심폐소생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BVM mask로 숨길을 열어주자고 떠올랐다. 그래서 다급히 경찰에게 흉부압박을 부탁했고 가까이에 있는 BVM mask를 가지고 오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던 일은 경찰 분들이 정말 흉부압박을 잘해주셨다는 것이다. 나름 심폐소생술 경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분들의 흉부압박 실력이 아주 훌륭했다. 흉부압박을 할 때의 자세, 그리고 압박하는 속도, 깊이까지 아주 좋았다. 그렇게 경찰 두 분이 양쪽에서 번갈아가며 가슴압박을 하는 동안 나는 BVM mask로 보조호흡을 하며 119 구급대를 기다렸다. 그렇게 계속 경동맥을 촉지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여전히 심장은 뛰지 않았다. 하지만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자발 호흡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소생하실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고 마지막 끈을 잡고 계시는 환자를 생각하며 경찰 분들과 나는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었다. 119 구급대원 6분이 도착하고 일사불란하게 응급처치가 이루어졌다. 정맥로를 확보하고 아이겔을 삽입해서 인공호흡도 가능하게 되었다. 심장 리듬을 보기 위해서 심전도를 연결하고 초기 리듬은 Asystole이었다. 보통 119 구급대원이 CPR  현장에 도착하면 심폐소생술 1주기를 시행 후 이송하게 되는데, 1주기가 이루어지는 동안 심정지 환자를 받아줄 병원도 함께 찾게 된다. 가게 될 병원이 정해지면 환자를 이송하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조금 오래 걸렸다. 


   상황이 종료되고 오랜 시간을 보낸 후에 느꼈다.

나는 심폐소생술에 능숙한 나 자신이 되겠노라 다짐했었다. 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면서도 늘 심폐소생술과 관련 영상을 자주 보면서 나의 위치에 따른 행동을 자주 리마인드하며 능숙하게 대처하고자 노력했었다.

정신이 없을 그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육체가 반응했고 그래서 한 생명을 살려내고자 노력한 내 자신이 존중스러웠다. 그리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역시 시간을 그냥 보내는 사람은 없다는 것과 배움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훌륭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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