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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몬드 Mar 08. 2022

[프롤로그] 우아한 직장인의 몰락


영화 <써니>를 보고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에는 성인이 된 여주인공이, 첫사랑에 상처받아 울고 있는 어린 자신을 만나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지나고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이것도 곧 지나갈테니 걱정마. 어린 자신을 토닥여주는 모습이 가슴시렸다. 



나 역시 누구보다 모든일에 필요이상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일과 사랑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상처를 자초하고서는 결국 일이 틀어지면 세상 모든 청춘들이 그렇듯 숱하게 고개를 떨구고 흐르는 눈물을 닦곤 했다.  



서러워서, 시험을 망쳐서, 일이 내맘대로 되지 않아서 감정에 북받쳐 울고 있는 나를, 가족들과 친구들은 따스하게 보듬고 위로해주었다. 그것들은 회복에 충분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나는 이내 평정을 되찾아 그 다음날이면 금세 다시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기회의 희망을 품고 사회를 향해 활기찬 말처럼 달려나갔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괜찮았다. 작은 불편들은 금방 잊혀지거나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하면 그만이었다. 친구와 싸웠다든가, 가족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어도 내가 먼저 사과하면 상황은 종결됐다. 슬픈일이 있어도 친구들과 가족들이 건넨 따스한 위로의 한마디면 충분했다.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을 갖춘 긍정적이고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는 그렇게 오늘도 별탈없이 마무리될 터였다. 



나 스스로 상황과 감정을 단단하게 컨트롤 할 수 있고, 마음에 없는 사과라고 할지라도 너른 아량을 베풀어 관계를 회복시킬 줄 아는. 품위를 지닌 우아하고 세련된 성품의 사회적 인간. 우아한 직장인. 그게 나였다. 



직장내 괴롭힘을 겪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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