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승민 Apr 20. 2020

요즘 게임은 왜 나를 더 화나게 하는가

게임은 당연히, 분노를 유발하게 마련이다. 일정한 목표를 주고 그것을 막는 갖가지 장벽이나 문제를 장치해 그것을 해결했을 때의 쾌감이나 성취감을 주는 게 대다수 게임의 기본 구조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무사히 달성하면 기분이 좋지만, 그러려면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짜증과 분노를 겪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목표를 '무사히' 달성하는 것은 성취감을 반감시킨다. 어려운 만큼 재밌고,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른바 '아스트럴'한 게임이 게이머들의 관심을 사는 이유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 이런 분노와 짜증을 적절히 자극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최근의 게임들은 이런 분노 자극이 극대화된다. 게임 자체가 어려워져서가 아니라 이겨야 할 대상이 바뀌어서다. 바로 다른 플레이어다. 같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인 온라인게임은, 겉보기엔 협동을 강조하는 것 같아도, 결국엔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부추긴다. 


과거의 게임은 혼자만의 유희였다. 혼자서 주어진 미션을 깨고, 보스를 헤치우면 된다. 목표도 정해져있고, 그걸 막는 장애물의 난이도도 고정돼 있다. 나의 레벨과 연동돼 강해지는 것을 설정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목표는 정해져있고 달성 가능한 것이었다. 


반면 온라인 게임의 목표는 타인이다. 다른놈을 이겨야 하고, 다른놈보다 강해져야 하고, 다른놈보다 화려해야 한다. 이 경쟁은 레드퀸 레이스처럼 끝이 없다. 다른놈을 이겼다는 성취감은 짧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지고 있다는 분노는 지속된다. 타인을 목표로 세운 게임은 평생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쥐어주는 셈이다. 


이는 게임으로 돈을 벌기에 적합한 구조다. 게임사는 많은 사람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경쟁심과 분노를 자극한다. 돈을 써야 이기게끔 게임을 설계하고, 플레이어의 눈이 다른 플레이어로 가게끔 게임을 설정한다. 싸움을 붙이고, 순위를 매기고, 서로를 구경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게임의 수익모델이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바뀌면서(게임은 어떻게 돈을 버나) 이런 특징은 더 노골적으로 활용된다. 부분 과금은 분노를 유발해야 한다. 쟤한테 말도 안되게 지고, 그래서 화가 나고, 이 분노를 해소할 건 '현질' 뿐이다. 결국 유저는 끝이 없는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유저는 돈을 쓴다.


그래서 요새 게임은 성취감보다는 분노에 역점을 둔다. 어떻게 하면 더 화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의 이전글 백화점 무료 셔틀버스는 어디로 갔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