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계로 본 한국의 글로벌 기업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 산업과 기업의 현주소는 어디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전자(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건설·바이오 등 산업별 글로벌 상위 기업과 여기에 속하는 한국기업의 재무통계를 들여다보면 몇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재무 통계에서 한국 기업들은 같은 산업의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점이 두드러진다. 원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 총이익률과 원가가산율은 낮고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컸다.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다. 또 비슷한 비용으로 물건을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싸게 판 경우에도 원가 경쟁력 지표는 나빠진다.
원가 경쟁력이 약하니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수익성 지표는 예상보다 좋다.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 모두 글로벌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들보다 비싸게 만들거나 싸게 팔았는데도 물건 팔아 남긴 돈은 비슷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판매관리비(판관비)다. 7개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판관비는 모두 글로벌 기준을 크게 밑돈다. 판관비는 기업의 직접적인 생산활동 외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임직원 급여와 복리후생비, 임차료와 접대비 등이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뒤처지는 원가 경쟁력을 낮은 판관비로 상쇄해 수익성을 유지한 셈이다.
한편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글로벌 기준을 오히려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자기자본수익률 등 생산성 지표는 글로벌 기준에 못 미친다.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안정성은 키웠지만, 이렇게 쌓인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효과적인 투자 등을 통해 신기술이나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