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의 걸음
일찌감치 수업이 끝난 김에 가까운 망원에 들러 칵테일 한잔하고 가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여름에는 틈이 나는 대로 오래 떠있는 해를 만끽해야 끝자락까지 아쉽지 않게 보낼 수 있어요.
이미 절기로는 가을에 접어들었으니 특히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와인바의 사장님이 내어주신 로제와인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주문한 칵테일을 기다립니다. 한가롭게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여유가 오랜만이네요. 예쁜 소서 세트에 여름을 한가득 담아주신 ‘여름의 정원’ 보고 역시나 오늘도 두 엄지를 척 내밉니다. 나는 흐드러진 풀떼기들을 보면 설레곤 하는데, 사장님의 여름 칵테일이 딱 그러했어요.
사장님께 이런 칵테일은 어디서 영감을 얻냐고 질문했더니 반려견 테토와의 산책에서 주로 얻으신답니다. 반가움에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이야기도 적당히 나누었고, 반려보호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사장님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반려동물들이 다양한 영감을 주는 건 사실이니까요!
먹는 맛도 보는 맛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곳들은 오랫동안 찾아가고 싶게 만듭니다.
가을엔 다른 시즌 칵테일을 마셔보고 겨울에 나온다는 매운 고동 볶음을 기다리면 한 해가 또 저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