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의 기차

느리게 가는 것에 대하여

by 함정식
<사진 : 시골길의 기차, 유후인, Photo by 함정식, 2013>

내가 종종 올라타는 기차는

19시 18분에 정확히 용산역을 출발해서

19시 46분에 수원역에 도착해야 하는 기차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적잖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창밖 풍경은 철도 지척에 세워진 회색 건물들

날렵하게 지나쳐 가는 잔상이 대부분이다.


창밖을 보노라면 눈이 피곤하다.

아마도 오늘 하루 나의 일과 때문이겠지만.


그러다 올라탄 그때 그 기차는,

저 먼 곳의 청록의 산자락을 끼고 있는 시골길을

유유자적 가로지른다.


시간의 흐름은 중요하지 않다.


기차를 놓칠까 뛰어오는 사람 한 명까지도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태우고는

뛰어온 사람의 속도보다도 천천히 플랫폼을 떠난다.


느리게 간다는 것은 시야에 들어온 것을 더 넓게 보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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