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면 못쓰지.
쓸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인 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한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나는 안 쓰는 고통까지는 아니지만 글을 써야 한다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쓰고 싶으니까 쓰는 건데, 이래저래 바쁘다 보니 글이 잘 안 써지고 신경 쓰이는 한 주를 보냈다. 특히 건강때문에.
직장인 된 지 3개월 조금 넘어가는 시점. 입사 전 채용건강검진에서 그동안 돌보지 않은 내 건강에 적신호가 발견되었다. 단백뇨, 빈혈 이상. 그때부터 병원에 다니며 관리에 들어간 후 단백뇨는 정상 수치에 가까워졌지만, 빈혈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워낙 만성이니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빈혈이 심하면 위나 장에서 출혈이 있을 수 있다는 듣도 보도 못한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3주간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위내시경을 받아보라니. 늘 피곤하고 늘 누워있는 내모습이 이해가 되는 순간. 바쁘고, 명절까지 끼여 있어서 3일전에 내시경을 받았다.
내시경 결과 위는 깨끗하고, 출혈이 의심되는 곳은 없단다.
진작 검사받을걸 혼자 졸아가지고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 와중에 초보인 내가 호기롭게 브런치 연재를 만들어 놓고는 날짜를 지키지 못하고 자책까지..
누가 시켰냐?
브런치 합격 후 초기에 받았던 메시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저도 매일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천천히 계속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