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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군대 가던 날

우리 셋이서 기차를 타고
떠나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일지도 모르지

가는 내내
모두가 몇 마디 말도 못 하고,

난생처음 가보는 낯선 곳에
너를 데려다주고
둘이서만 돌아오던 날

내 너를 위해 해줄 수 없는 것에
허망함의 눈물을 흘렸어

따뜻하게 안아 주기라도 할 걸,


'잘 갔다 와'라는 한마디로 손만 흔들었을까

네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 곁을 떠나
345킬로나 떨어진 곳에서
혼자임을 감내해야만 했던 날

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엄마 아빠를 미워하며
얼마나 애달프게
상실의 밤을 붙잡고 있었을까

집안 어디에도 네가 없더라
너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라
허망한 가슴만이
너를 찾아 울먹인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너를 부르며
허탈의 밤을 원망했다

오늘
낯익은 글씨체로
너의 이름이 적힌
택배 상자가 도착했단다
엄마가 울먹이길래
나도 눈물을 보일까 봐
하던 일을 마저 하는 것처럼
옥상으로 달아나 버렸어

같이 울며 안아 주기라도 할 걸


혼자서만 옥상으로 도망갔을까,

이별은 소중한 걸
그리워하게 해

그리움이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쯤이면
우리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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