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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시가 되는 순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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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Dec 30. 2024
저는 지금 마술사를 만나러 갑니다
우리 동네에는 마술사가 살고 있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술을 보러 갑니다
그곳에 가려면 집에서 나와 100미터쯤 걸어가서
신호등을 건너야 합니다
간판은 블루톤의 색상으로
마술사들이 즐겨 입는 검은 색상은 아니지만
간판에 머릿결 닮은 물결 모양도 있고
글자는 흰색이라 시원한 바다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문을 열고 저랑 같이 들어가 보실까요
오늘은 저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네요
할아버지도 있고
학생도 있고
여기는 마술을 하는 곳이라
거울이 굉장히 많은 게 특징입니다
마술사님이 짙은 남색 가운을 입고
한 관객의 목에 하얀 천을 두르고
가위와 빗을 들고서
무시무시한 인체 마술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술이 절정에 달하면
하얗고 검은색의 가는다란 조각들이
관객의 머리에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무서워서 그냥
갈까 눈치
보고 있
는데
다음은 제 차례이니
저쪽 의자에 가서 앉으라는 거예요
제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뭐예요
마술사님은
제 몸에도 하얀 천을 두르고 마술을 부리려고 장비를 챙겨 어떤 마술을 원하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저는 무서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짧게만 짧게만'이라고 소리 내고 있었어요
제 머리를 절단하
는 듯 쓱싹쓱싹 소리도 나고
윙윙 모터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마지막엔 요란한 윙윙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더니
인체 마술이 다 끝났다고 하는 거예요
눈을 떠보니 바닥엔 저의 머리에서 떨어진듯한
하얗고 검은색의 조각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
몸이 하나도 아프지 않고 머리는 개운하고 마음까지 홀가분한 거예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마술쇼 덕분인지
제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합니다
keyword
머리
마술
마술사
Brunch Book
일상이 시가 되는 순간 4
01
첫사랑 키오스크
02
저는 지금 마술사를 만나러 갑니다
03
리프트 주차장
04
당신을 낚으렵니다
05
새벽
일상이 시가 되는 순간 4
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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