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글쓰기에 대해
글이란 건 참 희한하다. 내 감정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 나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둘째와 미운 네 살을 돌보느라 매우 피곤하다. 그리고 오늘은 좀 '멍~'한 상태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엇을 쓸까를 고민하며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내 눈도 함께 깜빡이고만 있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막 적어보고 있다. 이렇게 쓴 글도 발행해도 될까. 의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 그런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나도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지금 매우 답답해요.'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오감을 따라가 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 안방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상은 원래 밥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 책상도 식탁이었구나. 나는 밥 먹는 용도의 테이블인 밥상과 식탁을 안방으로 옮긴 다음 책상이라고 말하며 그곳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처음에는 부엌의 식탁을 안방으로 옮겼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니 느낌 있고 좋았다. 그러다가 만삭이 되어가며 밥을 좌식으로 먹기 불편해진 아내를 위해 식탁을 다시 원래 자리인 부엌으로 옮기고 베단다에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4인용 좌식 밥상을 꺼내 안방에 두고 좌식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참 희한하다. 지금 사용하는 좌식 책상(손님용 좌식 밥상)은 내가 밥상이라고 생각했을 땐 베란다에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책상으로 생각하니 하루에도 몇 시간씩 함께하는 훌륭한 가구가 되었다.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책상이 될 수도 밥상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테이블이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책상 또는 밥상이 되는 것처럼 나에게 처한 상황도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주말 쇼핑몰에 갔을 때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쇼핑몰은 만원이었다. 주차하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은 첫째가 카시트에 앉아서 자고 있었다. 낮잠시간과 물려서 이동 중에 곯아떨어진 것이다. 원래라면 주차 대기시간이 무료하고 짜증스러웠겠으나 그날은 첫째가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덕분에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주차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언제나 상황을 마주한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상황이던지 피할 수 없다. 즐거운 일, 행복한 일, 불행한 일, 괴로운 일 등 수많은 상황들은 예상치 못한 시간에 우리에게 던져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상황 때문에 즐겁움, 행복함, 불행함,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즐거운 일, 행복한 일, 불행한 일, 괴로운 일은 상황이다. 상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에게 무슨 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감정을 결정하는 일이다.
주말에 쇼핑몰에서 긴 시간 주차 대기 했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서 상황은 주차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이 상황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신 이 상황에 대한 감정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나는 두 가지 감정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나는 짜증 다른 하나는 감사함이었다. 나는 감사함을 택했다. 왜냐하면 주차 대기 시간이 길어져 첫째가 낮잠을 푹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어떤 감정을 택할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있다. 짜증 나고 슬프고 괴로운 것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며,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한 것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주어지는 상황을 정면으로 주시하고 그것에 어떤 감정을 부여할지 정확하게 선택하자. 그것이 바로 자신의 삶을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다.
혹시 내가 서두에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 글이 안 써지면 오감을 따라가는 것 말이다. 그냥 보였던 책상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글이 써졌다. 바로 이게 글이 안 써져 답답할 때 나의 뇌가 자동으로 글을 쓰도록 하는 방법이다. 일명 '저글링'이라고 한다.
감사하게도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중 혹시 글이 안 써져서 고민이신 분들은 내가 했던 것처럼 오감을 따라가 보시길 추천한다. 그럼 본인도 모르게 멋진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응원합니다.'